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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임명은 이례적”…박진 전 외교장관, 특검 조사서 대통령실 의중 지적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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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 라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해병특검 조사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내정이 이례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사실이 25일 법조계를 통해 확인됐다. 특검 수사와 대통령실 의중을 둘러싼 갈등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박진 전 장관은 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과정과 관련해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완중 전 호주대사의 임기가 1년 하고 수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서 교체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종섭 전 장관은 군경험과 지도력 등은 갖췄지만 방산 전문가가 필수로 가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내정이 이뤄졌다고 봤다”면서도, 대통령실로부터 직접적 언질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특검팀은 외교부 실무진으로부터도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적격성 심사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26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재차 불러 당시 대통령실 차원의 지시 및 임명 절차 전반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특검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종섭 전 장관도 피의자 신분으로 2일 만에 다시 소환했다. 이 전 장관은 오전 서초구 특검 사무실 출석길에서 “조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밝혔으며, ‘대통령 질책이 임성근 사단장 혐의자 배제 지시로 이해됐느냐’는 질의에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첫 피의자 소환 때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고 발언한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이런 질책성 발언이 곧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배제 등 위법 지시로 해석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는 감정적 차원이지 직무상 명령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2023년 7월 31일 ‘VIP 격노 회의’로 불리는 대통령실 회의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2분 48초가량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은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점을 이미 시인했다. 한편 대통령실 명의로 걸려온 ’02-800-7070’ 유선 전화의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나 수사외압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이와 함께 특검은 이날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을 다섯 번째로 참고인 조사했다. 임 전 비서관도 올 7월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고 호통쳤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임 전 비서관을 상대로 주요 피의자 진술과 증거를 교차 확인 중이다.

 

정치권 곳곳에서는 이종섭 전 장관 소환을 기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직접 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 전 장관 측은 결재 보류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서 초동수사 기록을 신중히 검토하려 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회와 정부, 정치권은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을 둘러싸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주 내내 이종섭 전 장관을 심층 조사한 뒤, 의혹의 정점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로 수사망을 넓혀갈 방침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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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이종섭#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