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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바다, 동백꽃 물든 길”…통영 섬을 걷는 새로운 여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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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바다, 동백꽃 물든 길”…통영 섬을 걷는 새로운 여행의 의미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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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다를 마주한 작고 느린 공간, 예전엔 교통 불편으로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상과 단절된 섬의 고요가 특별한 쉼이 되고 있다.

 

요즘은 통영의 섬 여행이 새로운 취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이면 비진도행 배표를 예매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SNS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증샷들이 연이어 올라온다. 비진도의 백사장 산책로, 연꽃을 닮은 연화도의 산봉우리, 벽화와 둘레길이 어우러진 욕지도… 섬마다 내세우는 표정이 다르다. 직접 찾은 이들은 “등대섬까지 이어진 소매물도의 바닷길을 걷는 건 마치 꿈처럼 아득했다”고 표현했다. 동백 붉은 장사도해상공원은 “걷기만 해도 계절이 툭, 손에 쥐어지는 느낌”을 남긴다.

욕지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호인)
욕지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호인)

이런 변화는 여행통계에서도 느껴진다. 해양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40대 여행객 중 ‘섬 목적지’를 선택하는 비율은 매년 상승세다. 무엇보다 다양한 체험과 자연풍경을 원하고, 가족·혼자 여행 모두에 어울리는 점이 주목받는다. 꼼꼼히 테마를 고르고, 한적함이나 비대면 공간을 중시하는 여행 트렌드가 섬여행의 인기와 맞닿아 있다.

 

관광 전문가 정효진씨는 “통영처럼 섬이 많은 도시의 매력은 하루 속도로는 다 채우지 못하는 여유로움에 있다”며 “여행의 본질은 바빠진 마음을 다시 채우고, 자기만의 계절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해석했다. 현지 주민이나 여행자들은 “섬마다 다른 이야기와 풍광이 있어, 늘 새로운 기분으로 찾아오게 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특히 계절과 시간에 따라 풍경이 바뀌고, 썰물 때만 열리는 소매물도 바닷길처럼 순간의 설렘이 크다는 점에 공감이 모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기라면 아이와도, 혼자서도 부담 없이 멈춰 설 수 있다”, “SNS로만 보던 그 바다가 이제는 내 추억이 됐다”며, 여행이 주는 일상의 환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복잡한 속도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섬은 ‘머무는’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제안한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통영의 섬 여행은 우리 삶의 리듬까지 천천히 바꾸고 있다. 지금 이 계절, 바다와 섬이 부드럽게 겹쳐지는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쉼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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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비진도#욕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