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시 에이코, 서울을 흔든 순간”…안티고네 담은 무대→멈추지 않는 음악의 여정
음악이 고요한 공간을 가득 채운 순간, 이시바시 에이코의 투명한 감정선이 서울 무대 위에 또렷이 새겨졌다. 싱어송라이터와 영화음악 감독으로 알려진 이시바시 에이코는 신작 ‘안티고네’로 고전 비극을 섬세하게 녹여냈다. 일상의 흔들림과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 화려함보다 진실함을 택하는 그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오랜 시간 지울 수 없는 감동을 남겼다.
이시바시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딸로 태어난 안티고네에 깃든 비극적인 서사를 통해, 명확한 해답보다 고민을 존중하는 예술가의 태도를 담아냈다. “쉽게 답을 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한마디에는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 삶의 본질이 조용한 울림으로 녹아 있었다. 2018년 ‘더 드림 마이 본즈 드림’ 이후 오랜 만에 선보인 신보는 다양한 악기, 공감각적 언어, 그리고 음의 결들이 교차하며 또 다른 차원의 내면세계를 열었다.

특히 이번 앨범 작업은 영상 음악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함께 진행돼 한층 풍부한 색채를 안겼다. 짐 오루크, 야마모토 다츠히사 등 오랜 동료들과의 협연은 각 곡에 두텁고 새로운 결을 더했다. 무대 위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장르’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려는 의지는, 그의 대답 하나하나에 진하게 묻어났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작업 경험 역시 이번 공연의 디테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음악이 등장인물 곁을 맴돌며,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감정의 층위를 만들고, 청중의 상상 공간을 넓혔다. 한국 팬들과의 소통에 특별한 감회를 전한 이시바시는 “한국 관객의 뜨거운 반응, 소소한 인연이 모두 친근하게 다가온다”며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시바시 에이코는 피아노, 신시사이저를 넘나드는 연주로 새로운 음악적 얼굴을 만들었다. 그는 “연주는 듣는 것을 넘어 체험이 돼야 한다”고 말하며 무대에서 배우가 자신의 곡을 부르며 생동감 있는 예술을 펼치는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고백했다. 소셜 미디어에 대해 “진실의 일부만 보여줄 뿐, 우리 삶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며 삶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앞으로 이시바시 에이코의 음악이 향할 곳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고민을 유보한 채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간다. 첫 내한 공연 ‘안티고네’는 오는 6월 5일 오후 8시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관객들을 누구보다 깊이 감싸며, 질문이 가득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