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 들고 달려간다”…정남진 장흥 물축제, 물길 따라 퍼지는 해방감
요즘 여름이면,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물총을 들고, 강변을 따라 뛰는 모습이 이제는 계절의 상징이 됐다. 예전엔 흔하지 않았던 물축제의 경험이,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의 여름 일상 속 해방감으로 자리 잡았다.
장흥의 넉넉한 탐진강변에는 어린아이와 가족, 친구, 연인이 모여 저마다 물살을 가른다. 근심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물총싸움, 풀파티에서 들려오는 음악, 황금물고기 잡기 이벤트 등 SNS에서도 #정남진장흥물축제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글로벌 워터월드에선 청년들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과학 체험관에서 알찬 시간을 보낸다. “여기선 어른도 아이처럼 소리 내어 웃게 돼요”라고 한 참가자의 소감이 자주 들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누적 방문객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관광 지정축제로 선정돼 전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살수대첩 퍼레이드 같은 대형 이벤트, 물의 역사와 가치를 알려주는 체험관, 그리고 유명인 공연까지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공감과 치유의 집합장’이라 부른다. 지역 관광정책 연구자인 김성은 씨는 “물이 가진 순수성과 개방성, 거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해소가 도심과 다른 해방감을 준다”며 “물놀이, 어울림, 쉼이라는 세 가지 감각적 경험이 건강한 여름 문화를 만든다”고 분석한다.
현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누군가는 “어릴 적 뛰놀던 계곡 생각이 난다”, “흙먼지 대신 물방울 튀는 축제가 반갑다”는 반응에 공감했다. 온라인에서도 “올해도 물광합성 할 생각에 설렌다”, “아이와 친구 모두가 만족한 최고의 주말”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제 장흥 물축제는 해외 축제조직과의 교류로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태국 송크란, 이탈리아 베니스카니발과의 협력은 장흥을 글로벌 물축제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하늘 씨는 “외국인 참가자도 많아져, 작은 도시에 세계의 여름이 모인 기분”이라 느꼈다.
물은 잠시의 놀이이자 깊은 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건네준다. 우리 삶을 산뜻하게 적시는 올여름 물축제의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남도의 새로운 여름의 리듬을 느끼게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