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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에 멈춘 시간”…클럽월드컵, 폭우 변수 속 전술 대응→월드컵 낙뢰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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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에 멈춘 시간”…클럽월드컵, 폭우 변수 속 전술 대응→월드컵 낙뢰 경계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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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먹구름이 미국 하늘을 뒤덮은 밤, TQL 스타디움의 모든 불빛은 더욱 쓸쓸하게 떠올랐다. 악천후가 경기장의 시간을 멈추게 하고, 선수와 관중은 점점 세게 떨어지는 빗방울과 번개의 위협 속에서 조용히 몸을 낮췄다. 그 뜨거운 긴장과 이질적 고요 속, 클럽월드컵 첫 경기는 낙뢰라는 자연의 변수가 스포츠에 던지는 숙제를 또렷이 드러냈다.

 

2025 FIFA 클럽 월드컵이 신시내티에서 개막전을 치렀다. 조별리그 H조 1차전, 파추카와 잘츠부르크가 맞붙은 이날, 킥오프 후 54분 만에 경기장엔 예기치 못한 정적이 찾아왔다. 후반 9분, 잘츠부르크가 1-0으로 앞서는 순간, 뇌우와 낙뢰가 몰아치며 97분간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검은 구름이 갑작스레 이를 감싸고, 경기와 응원의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중단·지연 빈발”…클럽월드컵 악천후 속출→낙뢰 변수 월드컵도 ‘비상’ / 연합뉴스
“중단·지연 빈발”…클럽월드컵 악천후 속출→낙뢰 변수 월드컵도 ‘비상’ / 연합뉴스

현지 규정에 따라 모든 선수와 관중은 즉각 실내로 대피했다. 가시거리가 눈에 띄게 흐릿해진 광경은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경기는 약 1시간 37분이 지나 재개됐고, 결국 잘츠부르크는 2-1로 승리하며 H조 첫 승의 기쁨과 시련을 동시에 맛봤다. 무엇보다 이 경기장이 곧 울산 HD와 도르트문트가 F조 3차전을 치르게 될 무대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우려와 궁금증도 높아졌다.

 

낙뢰와 지연은 울산의 일정도 피해가지 못했다.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F조 1차전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킥오프 직전 인근 낙뢰로 65분간 연기됐고, 당일 조현우 등 선수단은 벤치로 돌아가 집중의 흐름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골키퍼 조현우는 “완전히 오른 집중력이 꺼지는 느낌이었다”며 라커룸에서 재정비했던 상황을 전했다. 울산 수비의 핵심 서명관도 “영향이 없진 않았다. 대화로 집중을 되찾으려 했다”고 밝혔다.

 

반면 마멜로디의 미겔 카르도주 감독은 이날 경기 지연으로 실제 전술을 조정할 여유를 얻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울산이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킥오프 지연이 대응책 마련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에선, 경기를 뒤흔드는 천둥과 번개가 전략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현실이 묻어났다.

 

미국은 ‘8마일 낙뢰 규정’ 아래 반경 12.9km 이내에서 낙뢰만 포착돼도 30분간 경기 진행이 전면 금지된다. 이후 추가 낙뢰 시마다 연장되는 엄격한 딜레이 룰은 월드컵에서도 엄중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뇌우 사태를 경험했던 한국대표팀의 기억 역시 이번 대기 변수와 겹쳐진다.

 

클럽월드컵 구단들은 반복되는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으로 대처법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 일정은 계획대로 소화될 예정이지만, 자연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울산 HD는 남은 조별리그에서 기상 변수까지 극복하며 16강 진출을 향한 집중을 다짐했다.

 

땅을 적시는 빗줄기와 번개 속에서 잠시 멈춘 숨은, 오히려 선수들의 내면을 비추는 시간이기도 했다. 멈춰선 벤치와 조용한 라커룸에서 만들어진 침묵의 대화, 그리고 기세를 추스르는 의지가 오래 남았다. 클럽월드컵의 뒷면에 남은 이 장면들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울산 HD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 이야기는 현지시간 기준 주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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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월드컵#울산hd#낙뢰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