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의 벽을 깼다”…남자 혼계영 400m 대표팀, 세계선수권 7위→아시아 유일 강자 부상
싱가포르의 여름밤, 뜨거운 조명 아래 출발대에 선 한국 남자 혼계영 400m 대표팀은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그었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한 순간, 네 선수는 치열하게 물살을 가르며 마침내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 위에 올랐다. 3분32초32의 기록과 함께 결승 피니시 터치패드를 찍은 이들의 모습은, 한국 수영 단체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주호(서귀포시청), 최동열, 김영범, 황선우(이상 강원도청)로 이뤄진 대표팀은 3일 싱가포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8개국 중 7위로 레이스를 마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25개국 중 8위로 결승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며 이미 돌파구를 찾은 바 있다. 결승에서는 예선 대비 0.22초를 줄인 3분32초32로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뒤로 넘겼다.

메달 경쟁에서는 러시아 출신 중립선수들이 3분26초93으로 정상에 섰고, 프랑스와 미국이 각각 은·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한국 최고 기록(3분32초05)에는 근소하게 부족했지만, 사상 첫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의 의미는 기록 이상의 울림을 전했다.
특히 이번 결승 라인업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 대표팀만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예선에서 3분32초69로 0.15초 차 9위에 머물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이는 대표팀이 단순히 자신들만의 도약을 넘어 아시아 수영 단체전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국 수영은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벽을 허물고 있다. 2022 헝가리 대회 남자 계영 800m에서 단체전 첫 결승을 밟은 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계영 800m 은메달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 혼계영 400m 7위 역시 그 연장선으로, 점차 세계 무대에서 팀워크와 기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뜨거운 응원의 물결은 결승전이 펼쳐진 싱가포르 현장을 가득 채웠다. 현장에 모인 한국 팬들은 깃발을 흔들며 네 선수의 마지막 터치 순간까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은 이번 도전을 발판 삼아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할 꿈을 다졌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혼계영 400m에서 7위, 그리고 아시아 유일의 결승이라는 이정표. 한국 남자 혼계영 대표팀의 여정은 새로운 도약점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오는 진한 감동은, 늘 물 위에서 다시 싹을 틔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현지 시간 기준 8월 3일 밤 싱가포르 아레나에서 마지막 결승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