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7명 중 최대주주 3명 제한”…상법 개정안 통과에 재계 경영권 위협 우려
상법 개정 처리 방향을 둘러싸고 재계와 국회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경영권 규제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기업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경제계 성명까지 이어지면서, 법 개정의 파장이 재계 전반과 정치권에 뜨거운 논란을 예고한다.
3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최근 공청회와 상임위 논의를 거쳐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 시뮬레이션 결과, 이사진 7명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이사는 2~3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는 “최대주주와 친인척을 합산해도 3명 선임이 한계로, 2대 주주 이하가 최대 5명의 이사를 확보해 경영 의사 결정이 대주주 의사와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의 핵심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의결권 행사에서 기존 42.9% 수준의 최대주주 지분도 실질적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다. 3%룰 도입으로 의결권 제한은 이미 강화됐지만, 이번 2차 개정으로 다른 주주 그룹이 실질적 경영권을 좌우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2024년 7월 기준)에서 상장사 77%가 “상법 2차 개정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고, 74%는 “경영권 위협이 늘어날 것”이라 평가했다. 이에 더해 자산 1~2조원 규모 상장사 상당수가 법규 회피를 위해 성장 자체를 기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견기업에서 다시 중소기업으로 내려간 기업이 574개로, 올라선 기업(301개)보다 273개 더 많아 이미 기업 성장 환경 악화가 뚜렷하다.
재계에서는 “중소에서 중견, 중견에서 대기업으로의 성장 사다리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며 경영권 침해뿐 아니라 경제 생태계 자체의 왜곡 가능성을 우려한다. 더욱이 법인세율 일괄 인상, 노조 쟁의 범위 확대 및 기업 손배 청구를 대폭 제한한 소위 ‘노란봉투법’ 등 추가 규제까지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극심해지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달 31일 경제8단체 주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관세 부과, 중국의 추격 가속 등으로 노사협력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며 “법 개정으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가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등 외국계 경제단체까지 연이어 성명서를 내며 노란봉투법 통과 저지 의사를 밝혔다. 암참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둔 민감한 신호라는 점을 지적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법 시행 땐 “한국 완전 철수”를 경고했다.
이날 국회는 상법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조법 등 규제 입법 추진까지 가속화 되면서 여야 간 대립이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재계 모두 한국 기업 성장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국회는 후속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