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너머 고즈넉함”…영주, 비 오는 날 걷는 여행의 묘미
“요즘 흐린 날을 일부러 택해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햇살이 없어도, 우산 속 조용함을 느끼려 영주로 발길을 옮기는 풍경이다. 사계절 중 흐리고 습한 여름날, 이 도시는 오히려 고즈넉함을 품는다.”
비가 내리고 습기가 가득한 8월의 영주는 여유로운 산책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부석사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고찰로, 안개와 비가 어우러진 날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국보 무량수전과 배흘림기둥은 운무 속에서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어, 역사와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영주의 이 날씨는 기온 25.4도, 체감온도 28.7도. 습도는 99%에 달하고 강수량은 1mm지만, 공기는 맑고 자외선도 강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무섬마을에선 한옥과 고택이 흐린 하늘과 물안개에 스며들어 동양화처럼 펼쳐진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내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가족 여행객들도 많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에선 온 가족이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아이들은 콩세계박물관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콩의 역사와 다양한 먹거리 체험에 흠뻑 빠진다. 선비세상처럼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 복합문화공간도 젊은 세대와 어른 모두에게 인기다.
체험자 A씨는 “흐린 날씨 덕분에 유명 관광지도 한적하게 걷게 된다”며 “비 내리는 무섬마을에서 한창 빗소리를 들으며 산책했는데,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햇살 쨍한 날과는 또 다른 휴식”이라는 커뮤니티 반응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본질은 풍경이 아니라 순간에 머무르는 여유”라며, 사색과 힐링을 좇는 최근 트렌드는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 이색적 여행지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흐림과 습도, 빗줄기까지도 감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여행법이 자리잡는 중이다.
습기가 높은 흐린 날, 영주는 잠시 멈추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배경이 된다. 다채로운 문화·체험 공간과 고요한 자연이 어우러져, 언제라도 머물고 싶은 ‘슬로우 트립’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작고 사소한 여행의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