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임대료, 갈등 한복판서 폭등”…이란-이스라엘 충돌로 중동 원유시장 대혼돈→국제 유가 불안 고조
태양이 뜨거운 페르시아만 끝자락에서부터, 세계 경제의 맥박이 다시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섬광 같은 무력 충돌, 그리고 그 여진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해상 길목을 흔들었다. 이 좁고 더운 물길을 따라 대양을 유영하던 원유 운반선들은 이제 두려움과 긴장, 그리고 치솟은 운임의 무게를 함께 안고 항해한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대형 원유 운반선의 하루 임대료는 단 일주일 만에 두 배 넘게 치솟았다. 클락슨 리서치가 전한 바에 따르면, 원유선 하루 이용료는 한때 1만9998 달러에서 4만7609 달러까지 치솟았으니, 위험은 숫자 위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이는 글로벌 평균 운임 상승률의 12%를 한참 뛰어넘는 이례적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 이 좁은 목은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이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이 만나는 치명적으로 중요한 길을 중심으로, 선주들은 갑작스럽게 불투명해진 미래를 두려워하며 선박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 시장에는 배를 대기하는 이들이 줄고, 남은 선박의 귀함이 곧바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 불안정은 곧 전 세계 원유 시장의 변동성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30만 배럴에 달하며, 이 중 200만 배럴가량이 바다를 건너 세계 곳곳으로 향한다. 그러나 국제 제재라는 단단한 장벽 아래, 이란은 ‘비공식 선단’이라 불리는 불투명한 운송체계를 의지하고 있다. 보험조차 없는 채, 위태롭게 바다를 건너는 이 선박들은 이번 분쟁 이후 더욱 큰 우려의 중심에 섰다. 투자회사 에덴 오션의 리처드 풀포드-스미스 대표는, “이란 원유가 시장에 머무르지 못하게 된다면 합법 선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는 말로, 불안의 파도에 불을 짚었다.
임대료 폭등의 그림자에는, 전쟁이라는 위험에 선주들이 선뜻 발길을 들이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드리우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 스티븐 고든 전무는 “중동 노선 운임 급등은 실제 원유 흐름의 단절이 아니라, 위험 프리미엄을 원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반영”임을 짚었다. 그럼에도 생존을 걸고 운항하는 이 난장판의 바다에서는, 언제라도 원유 흐름마저 막힐 수 있다는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적 충돌이 현대 해상 물류에 실질적인 균열을 남긴 이 첫 번째 사례는, 국제 유가의 동요와 중동을 관통하는 해상 수송 경로 변화, 소비자 가격 체계의 붕괴까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위로 드리운 전운의 구름은, 에너지 시장 전반에 불안과 긴장의 잔향을 오래도록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