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국가 논란”…네자 돌발 무대, 다저스와 팬심→LA 시위 여파 어디까지
관중의 함성과 환호 너머, 낯선 언어가 홈구장에 스며들었다. 일상을 장식하던 영어 국가 대신, 네자의 매혹적인 스페인어 음색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의 하늘을 가르며 잠시 모든 일상을 멈춰 세웠다. 팬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질문, 동시에 라틴계에 대한 자부심이 맞물리는 순간이 머물렀다.
15일,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캘리포니아 다저스타디움. 라틴계 팝스타 네자는 미리 협의되지 않은 채,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를 스페인어로 불렀다. 이 곡의 스페인어 번역은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처음 제작됐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무대로, 다저스 구단 관계자가 즉석에서 제지하는 모습까지 SNS를 통해 퍼지며 논란은 급격히 확산됐다.

최근 LA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의 강제추방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민과 인종 문제로 민감해진 분위기 속,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언어와 상징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네자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관중석에 라틴계 가족이 많아 스페인어 국가를 즉흥적으로 택했다. 후회는 없다. 내 방식의 시위 지지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네자 측은 공연 직후 “다시는 초대받지 않게 됐다”는 구단 측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다저스 구단은 오히려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불이익을 주거나 퇴장 명령을 내린 적 없으며, 네자를 다시 초대할 의향이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라틴계 팬층의 두텁고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규 스페인어 방송과 SNS 운영 등 다문화 정책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일부 팬은 “정치적 메시지로 의상을 제한당한다”며 과거 사례를 SNS에 알렸고, 한편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당시 공식입장을 냈던 구단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구단의 위상은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AP통신은 다저스가 인종 다양성의 상징이었던 재키 로빈슨, 멕시코계 스타 발렌수엘라, 한국인 박찬호를 배출했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1950년대 구장 건설과정에서 라틴계 주민이 강제 이주됐던 쓰라린 역사가 이날의 파장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다저스는 곧 애리조나로 원정 2연전을 떠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선수단 이슈만이 아닌, 팬심과 구단 경영, 사회적 소수자와 의사 표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논점을 촉발하고 있다.
라틴계 이민의 그림자와 현장 관중의 숨소리, 변해가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고요히 비추는 장면들이었다. 이 순간이 남긴 울림은, 메이저리그가 안고 가야 할 질문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