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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700선 붕괴·환율 1,380원 돌파”…미국 관세 불안, 국내 증시 급랭
경제

“코스피 2,700선 붕괴·환율 1,380원 돌파”…미국 관세 불안, 국내 증시 급랭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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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가 출렁이듯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을 맞았다. 5월 30일, 코스피는 미국 무역정책을 둘러싼 통상 마찰이 다시금 고조되는 가운데 2,700선 아래로 후퇴했다. 환율은 1,380원대를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97포인트 하락한 2,697.67로 장을 마감했다. 단기 반등 모멘텀에 힘입어 2,700선을 회복했던 하루 전과 달리,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관세 복원 결정이 불러온 파장은 단숨에 투자 분위기를 집어삼켰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지수는 2,713.24에서 시작했지만, 환율 상승과 더불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시화되며 점차 낙폭이 커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0.1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22일 이후 처음 1,38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투심을 압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투자 주체별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100억원, 선물시장에서 3,136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160억원어치를 내던지며 한발 빼는 자세를 취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만이 6,034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달여 간 투자 추세를 되짚어 보면, 외국인은 2조 5,733억원어치를, 기관은 1조 60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의 경우 3조 5,79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박스권 장세 속에서 차익 실현 욕구가 시장을 강하게 이끌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방산주와 철도, 식품, 콘텐츠 업종 등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뚜렷했다. 현대로템은 253억원, 삼성중공업은 242억원, 달바글로벌은 238억원의 순매수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긴장, 경기 방어 심리가 반영되며 보수적 투자전략의 흔적을 남겼다.

 

반대로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544억원, 두산에너빌리티 604억원, 현대차 472억원, 기아 462억원 등 경기민감 업종과 대형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를 집행했다. 최근까지 반등을 주도하던 자동차 대표주들의 약세 전환은 단기 투심의 예민함을 드러냈다.

 

기관은 삼성전자 1,124억원, 삼성중공업 166억원 매수에 힘을 싣는 동시에 SK하이닉스 680억원,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시스템 등에서는 이익 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글로벌 불확실성 상승 속에 대형 기술주 역시 압축적으로 선별되는 시장 분위기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전일 21만원 회복 이후 3.54% 하락, 20만원대 중반에 안착했다.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잇따라 약세를 보였다. 특히 기대가 모였던 현대차와 기아는 2.98%, 4.08% 떨어지며 상승분을 반환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0.18% 상승, KB금융 1.56%, 신한지주 1.04%, 삼성바이오로직스 0.58%, 셀트리온 1.45% 등 일부 금융·바이오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이는 경기 방어적 기조가 시장 내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업종별 흐름도 극명하게 갈렸다. 건설업은 2.77%, 운송장비 2.02%, 의료정밀 0.79% 내렸고, 전기가스업은 2.62%, 제약업은 0.92% 오르며 에너지 및 방어적 섹터 선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 역시 734.35로 0.26% 하락했다. 외국인 1,100억원 순매도, 개인 1,071억원 순매수, 기관 48억원 소폭 매수로 균형이 맞춰졌으나, 전반적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에스엠 6.62%, 와이지엔터테인먼트 2.29% 등 엔터주, 알테오젠, HLB, 에코프로 등 대표 성장주들이 낙폭을 키웠다. 다만 펩트론, 파마리서치, 에이비엘바이오, 펄어비스 등 일부 종목은 선방하며 시장 전체에 작은 반전을 남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4조 5,310억원으로 3월 21일 이후 최고치에 올랐고, 코스닥은 5조 3,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급증은 불안한 심리의 반영이자, 대응 전략이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역분쟁과 경기지표의 동반 부진이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특히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동시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짙어졌다. 미국 관세 정책 결론이 6월 9일 이후로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은 그때까지 변수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의 연속 속에서도,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 모두는 리스크 관리와 심리 방어에 더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다음 달 중요한 통상 결정을 앞두고, 시장은 당분간 단기 변동성 장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종 정책 동향과 글로벌 뉴스, 산업별 지표 변화를 세밀하게 주시하는 것이 혼돈의 시장에서 현명한 대응이 될 것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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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현대로템#삼성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