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가을꽃길을 걷는다”…일상에 스미는 꽃축제의 계절 감성
라이프

“가을꽃길을 걷는다”…일상에 스미는 꽃축제의 계절 감성

임서진 기자
입력

가을을 온전히 담아내는 산책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가까운 공원에서 만난 오색 꽃밭은 지친 일상에 다정한 쉼표가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바쁘게 흘러가던 시간에 멈춤을 걸고, 계절의 향을 깊이 들이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올가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는 ‘고양가을꽃축제’에선 이런 순간들이 유난히 짙었다. 카메라를 들고 꽃길을 거니는 가족과 친구들, 소박한 피크닉 매트 위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연인들, 그리고 알록달록 플라워마켓을 기웃거리는 어린아이까지—축제 현장 어디에서나 ‘나만의 가을’을 느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SNS에는 화려한 코스모스와 황화꽃, 생기 있게 자리한 댑싸리, 사초류, 국화꽃 앞에서 미소 짓는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왔다.

가을꽃길 산책부터 플라워마켓 체험까지…‘고양가을꽃축제’ 경기도 고양서 열린다
가을꽃길 산책부터 플라워마켓 체험까지…‘고양가을꽃축제’ 경기도 고양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향기 나는 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높아졌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계절별 플라워 축제 방문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채집의 기쁨, 즉 눈으로 자연의 생생함을 담아내는 시간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에 소소한 활력을 준다”고 분석했다.

 

플라워마켓 현장에서 만난 시민 김지연 씨(34)는 “평소엔 꽃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직접 화분을 만지며 계절을 느끼니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표현했다. 체험 프로그램을 문의하던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다양한 꽃을 만지고, 직접 장식도 해보니 특별한 추억이 생겼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나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랜만에 마음이 맑아진 하루’, ‘꽃길 인증샷 찍으러 또 가고 싶다’는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걸어보니, 꽃내음 짙은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가볍게 풀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 계절 축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익숙한 삶의 리듬 속에 자연과의 연결, 공동체적 경험을 심는다”고 진단한다. 누구와 함께하든, 혹은 혼자여도 가을꽃길 따라 걷는 발자취에는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서로를 가까이 이해하는 순간이 깃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꽃길을 걷는 이 작은 일탈이,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임서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고양가을꽃축제#일산호수공원#플라워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