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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홈런공, 선한 양보의 순간”…칼 롤리, MLB 팬 문화→뜨거운 밈으로 번지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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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칼 롤리의 방망이를 떠난 공이 담장을 넘은 순간, 뜨겁고 무거운 환호가 야구장을 지배했다. 값비싼 기록의 상징을 손에 쥔 이가 주저 없이 옆자리에 앉은 어린이에게 60호 홈런공을 내주는 장면에, 관중석은 술렁거림과 박수로 깊은 여운을 간직했다. MLB에서 드문 이 미담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끝없는 화제를 불렀다.

 

25일 미국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펼쳐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 8회 칼 롤리는 시즌 60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MLB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만들었다. 포수로서 사상 첫 단일 시즌 60홈런 기록이었다. MLB닷컴은 “2022년 에런 저지 62호 홈런공이 150만달러에 팔렸다”며 칼 롤리의 공 역시 상당한 상징성과 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60호 홈런공 양보 화제”…MLB 팬, 어린이에 미담 남기다 / 연합뉴스
“60호 홈런공 양보 화제”…MLB 팬, 어린이에 미담 남기다 / 연합뉴스

홈런공의 주인은 15초 동안 짧은 환호를 누린 뒤, 주저 없이 공을 옆자리 어린이에게 건넸다. 시애틀 구단의 공식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아주라’ 행동이 빠르게 퍼졌다. 주인공은 지역 지질학자인 글렌 무티드리스콜로 밝혀졌고, 구단은 두 가족을 T모바일파크로 초대해 칼 롤리의 친필 사인 배트와 특별 선물을 전달했다. 어린이가 받아든 홈런공도 칼 롤리에게 다시 돌아갔다. 미담은 AP통신, MLB닷컴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상세히 소개됐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씁쓸한 소동도 있었다. 최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홈런공을 손에 넣은 10세 소년이 한 여성 팬에게 공을 강제로 빼앗기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로 확산됐다. 현장에선 팬들의 야유와 항의가 이어졌으며, ‘필리스 캐런’을 의미하는 새로운 밈이 미국 야구팬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에 필라델피아의 해리슨 베이더는 기념품과 사인 배트로 소년의 마음을 달랬고, 마이애미 구단 역시 공식 사과와 함께 선물을 전달했다.

 

공 하나를 두고 펼쳐진 양극의 장면은 KBO리그에서도 낯익은 ‘아주라’ 문화와 닮아 있다. 스포츠가 남긴 미담은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됐고, 논란은 온라인 밈과 사회적 논의로 이어졌다. MLB 현장은 단순한 승부의 무대에 머물지 않고, 팬 문화 성숙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고 있다.

 

질문하지 않으면서도 곁을 내어준 순간, 야구장은 각자의 방식으로 더 선한 울림을 남겼다. 이번 경기는 스포츠 팬 문화를 다시 되짚는 계기가 됐으며, 현장감 넘쳤던 시애틀의 이야기는 SNS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번졌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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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롤리#mlb#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