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잡고 물보라 맞는다”…자연과 놀며 보내는 봉화의 여름
여름휴가를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 ‘은어를 잡으러 봉화로 간다’는 소식이 잦아지고 있다. 예전엔 조용한 시골마을로만 기억됐던 봉화에서, 이제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물가에 들어가 은어를 쫓고, 시원한 물벼락을 맞으며 여름을 보내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다. 맨손으로 은어를 잡아보는 경험은 이제 이곳의 상징이 됐다.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천에서 펼쳐지는 ‘봉화은어축제’는 이름처럼 은어를 주인공 삼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여름축제다. 봉화축제관광재단이 지역 생태와 물문화를 살린 대표 행사로 매년 성장시키는 이 축제는, 지난해 기준 1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은어반두잡이, 맨손잡이 체험뿐 아니라 전국 선발대회, 외국인 이벤트, 어린이 워터파크와 모래놀이장 등 가족·친구 단위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이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봉화군에 따르면, 은어축제 기간 지역 숙박 예약률은 평소 대비 60% 넘게 급증했고, 식당과 전통시장도 북적인다. 전문가들은 “삶의 리셋과 오감 체험을 신경 쓰는 여름휴가 트렌드가 ‘자연과 놀기’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축제 현장 곳곳에는 음악 공연과 가요제, 레전드 물벼락쇼, 어린이와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무대도 마련돼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된다.
실제로 축제장을 찾은 한 가족은 “은어와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SNS에는 ‘봉화에서 소중한 추억 만들어간다’, ‘내성천의 초록빛이 마음을 씻어준다’는 방문 후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여기서만큼은 누구나 잠시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다”는 댓글이 공감을 얻는다.
축제의 또 다른 힘은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나온다. 봉화 예술인 밤, 봉화인 다 보였당, 은벤져스 서포터즈 캠페인 등, 마을과 동네가 손님맞이 한마음이 된다. 지역 특산물과 은어 굿즈도 여행의 기분을 높인다. 올해는 샤워장과 그늘막, 넓은 휴게공간 등 쾌적함을 더하는 시설도 대폭 강화돼 기후 변화 속에서도 여유로운 나들이가 가능하다.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봉화 내성천, 그 안에서 만나는 은어 한 마리와 함께 노는 경험은 작은 모험이면서도 마음까지 씻어내는 의식 같다. 이곳의 여름은 단순한 축제 그 이상, 바쁜 일상에 ‘쉼’과 ‘재충전’을 선사하는 특별한 계절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한여름 봉화은어축제는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사람, 오늘과 추억의 시간이 만나는 뜻깊은 자유의 기록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