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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 강요에 근무지 변경 허용해야”…권익위, 외국인노동자 권리보호 의견 표명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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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부당 대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업주 이면계약 강요와 산업재해 보상 방해 등으로 근무지 변경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 사례에 대해 해당 사안은 근로자 책임이 아니라며 근무처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월 26일 관계기관에 “사업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다가 근무지 변경을 신청했으나 당국 판단이 지연된 외국인 노동자 민원에 대해 변경을 승인해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중심에는 방글라데시 출신 A씨가 있다. 2023년 9월 E-7-3, 즉 조선 용접공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A씨는 기존 사업장이 폐업하면서 울산 남구의 B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새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B기업 사업주는 표준근로계약서와는 달리 근로자에게 불리한 이면계약을 강요했고 계약 조건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계약기간은 12개월에서 8개월 25일로, 근로장소는 변경불가에서 변경가능으로, 업무 내용과 임금 수준까지 모두 하향조정됐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재해 사고 이후였다. 장기치료가 필요할 만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설득과 회유로 A씨는 산재보상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A씨는 구직활동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시도했으나, 법무부는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판단을 미뤘다. 결국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면계약서 작성으로 인한 불이익과 산재보상 청구 방해 등 일련의 사정을 미루어보면, 귀책사유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에 있다”며 근무처 변경 허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방적인 계약조건 변경과 산재보상 회피는 외국인 근로자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를 둘러싼 제도 미비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적법한 근무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고, 야당은 “정부가 철저한 현장조사와 체계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사각지대 해소가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며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사업 후 남은 토지의 농사 불가 민원과 관련해선 “공공기관의 매수 의견이 바람직하다”고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별도로 전달했다.

 

정부는 추후 외국인 노동자 근무처 변경 기준 개선과 근로환경 점검 강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 정책 심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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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외국인노동자#근무처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