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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녹차밭 아래 펼쳐진 풍경”…보성, 느긋한 가을 산책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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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녹차밭 아래 펼쳐진 풍경”…보성, 느긋한 가을 산책의 일상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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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부러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구름이 많고 초록빛이 짙은 가을의 보성으로,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산책하는 여행자가 늘었다. 예전엔 ‘녹차밭’이 잠깐 사진 찍고 가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사색과 쉼의 감각을 맛보는 가을 클래스가 됐다.

 

보성군은 한반도 남해안에 자리해 있다. 이른 아침부터 부드러운 바람이 녹차밭을 스친다. 오전 11시, 기온은 23도를 웃돈다. 산책로는 이미 조용히 걷는 이를 반긴다. SNS에는 ‘푸른 능선 따라 걸어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렁이는 녹차밭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온다. 햇살에 반짝이는 찻잎, 구름 사이로 비치는 빛,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초록의 숨결—모두 ‘오늘도 여기가 평온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가을 보성에는 가족, 연인, 혼자만의 여행자까지 계절마다 10만 명이 몰린다. 다향아트밸리에서는 녹차김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예약률이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커피보다 녹차를 고르는 취향도 확실히 부쩍 늘었다.

 

지역 관광 전문가들은 보성 여행의 본질을 ‘오래 머무는 감각’이라 표현한다. “치유, 휴식, 느긋함이야말로 요즘 여행이 추구하는 가치다. 다향아트밸리의 테라스 카페나 전망대 산책로를 오래도록 걷는 이들이 그걸 증명한다”고 했다. 충절사처럼 조용한 사찰과 연계해 ‘사색 코스’까지 제안하는 이도 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대도시에서 번잡하게 시간을 보낼 때는 몰랐다. 보성에선 느리게 걷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내가 누구였는지’ 다시 생각하곤 한다”는 후기부터, “올해 꼭 녹차밭 일출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새로운 기대까지 이어진다.

 

보성의 평화로운 풍경은 사진 한 장의 기록을 넘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다. 충절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녹차향 가득한 카페에서 여유를 마시던 사람들은 “바쁜 삶에도 느긋함은 꼭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는 가을 산책이지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 보성의 녹차밭을 걷는 사람들은, 바로 그러한 변화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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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보성차밭전망대#다향아트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