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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양 표피이형성증, 치료 난항”…희귀 ‘나무인간증후군’ 사례와 한계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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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양 표피이형성증으로 알려진 희귀질환 ‘나무인간증후군’이 피부학·면역학 분야의 의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온몸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변형되며 심각한 통증을 동반하는 이 질환은 극히 소수의 환자만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관련 치료 기술 및 바이오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최근 가자 지역의 마흐무드 탈룰리 씨와 방글라데시의 아불 바잔다르 씨, 무크타모니 양이 대표적 사례로 국제 언론에 소개됐다. 탈룰리 씨는 10년 이상 손과 발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였으나,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다사 대학 의료센터에서 수차례 외과적 치료를 통해 손 기능 일부를 회복했다. 반면 바잔다르 씨와 무크타모니 양은 20회 이상 반복 수술 후에도 병변이 계속 재발하며, 감염 및 합병증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 증후군의 의학적 명칭은 사마귀양 표피이형성증(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 EV)이다. 환자의 유전적 면역계 결함으로 인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극도로 취약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사마귀성 병변과 나무껍질 형태의 피부 증식물(각화성 플라크)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20대 무렵 증상이 발현되며, 양쪽 부모로부터 열성 유전 형태로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치료법은 외과적 제거와 면역 조절 치료가 병행되지만, 병변의 재발률이 높고 치료 과정에서 추가 감염의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사마귀양 표피이형성증 환자는 수십 명 내외로 알려져 있어, 표준화된 치료법이나 신약 개발의 속도는 다른 만성피부질환과 비교해 매우 더딘 상태다. 미국 미시간주 성형외과 전문의 앤서니 윤 박사는 “환자들의 면역 체계 저하로 인해 2차 감염, 합병증, 피부 종양 발생 비율이 일반인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감시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희귀 유전질환 치료 분야의 혁신은 유전체 데이터 해석, 맞춤형 면역치료제, 저온 플라즈마 수술 등 첨단 기술 도입이 중요한 동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경우, 유전자 교정, RNA 간섭(RNAi) 기전 기반 치료법 등의 임상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희귀병 환자의 데이터 공유 및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축 사례가 등장하며, 국제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난치성 피부질환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국가 단위 희귀질환 관리 체계 구축 논의가 업계 내부에서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나무인간증후군에 대한 기초연구 및 실증 치료 사례 발굴이 치료법 개발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정보기술과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조기 진단 플랫폼 확산, 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 규명 등이 앞으로 중요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희귀 질환이 정밀의료, 유전 진단, 신약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교차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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