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란·이스라엘 맞불 경고 속 중동, 침묵의 균열”…아랍권 ‘방관’ 전략 → 패권 구도 전환 촉각
국제

“이란·이스라엘 맞불 경고 속 중동, 침묵의 균열”…아랍권 ‘방관’ 전략 → 패권 구도 전환 촉각

정하린 기자
입력

강렬한 여름의 열기와도 닮은, 중동은 지금 머릿속의 침묵을 품은 채 꿈틀거리고 있다. 한밤중의 하늘을 가르며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든 그 밤, 레바논 거리의 결혼식장은 평소처럼 흥청거렸고, 수도 대로변엔 분주한 일상이 멀지 않은 곳에서의 전쟁조차 내려앉지 못하게 했다. 긴장으로 얼룩진 하늘 아래, 아랍 세계는 익숙지 않은 방관자의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심장이 박동하는 듯하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불안과 피폐가 장장 20개월을 끌고 있음에도, 아랍권의 시선은 더욱 거리를 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충돌을 마치 '관람 스포츠'가 된 듯 접하는 대중의 정서를 전했다. 단순히 어느 쪽도 마음을 내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터전이 미사일에서 비껴갔음을 더 크게 숨죽여 안도하는 이들이 많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랍 국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속에서 선을 긋고 있다.

시리아의 한 남성이 다마스쿠스 상공을 지나는 이란 미사일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리아의 한 남성이 다마스쿠스 상공을 지나는 이란 미사일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세가 그저 국제뉴스로만 자리하는 이유, 그것은 지난 세월 가자지구의 처절한 처벌을 바라본 혐오와 환멸에 가까운 감정의 여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란과의 거리도 멀다. 시리아는 오랜 내전의 고통 속에서 이란이 남긴 흔적에 경계심을 섞어 보낸다. 이란의 고위 지휘관들이 전사한 소식에 축하가 뒤따르고, 비어 있는 대사관에 담긴 조롱은 권력과 영향력의 여러 겹을 여실히 보여준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세력의 대응은 정치와 언론의 결까지 예민하게 숨겨두고 있다. 카타르가 지원하는 알자지라는 이란에 우호적 기류를 보이지만, 이란과 경쟁 관계에 놓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은 한층 더 안정적인 톤을 취한다. 사우디의 외무부는 이란을 ‘형제국’이라 부르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했지만, 이는 지난 3년간의 냉각된 관계가 해빙의 길목에 들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을 향해 "어떤 공격에든 강한 보복"을 단언하며, 선을 넘는 순간에 대비한 경고의 전령이 됐다. 그의 말은 전국 방송 전파를 타고, 그 긴장감은 미묘한 정적 속으로 스며들었다.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맞불 공격에는 가차없이 대응하겠다던 하메네이의 메시지는 중동 전체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중동 나라들은 이처럼 첨예한 위기 속에서도 결연한 행동 대신, 조용한 관망으로 하나의 축을 세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은 스스로에게 뚜렷한 편을 들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중동의 오래된 패권 질서는 균열의 문턱에 놓여 있다. 아랍권의 냉담한 침묵은 새로운 국면의 전조이며, 그 미묘한 시선이 긴 하룻밤을 가르고 있다.

정하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란#이스라엘#하메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