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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태양광 실리콘 재활용”...UNIST, 암모니아서 수소 뽑고 이차전지 소재도 확보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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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가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활용, 암모니아로부터 초고순도 수소를 저비용으로 추출하고 동시에 이차전지 핵심 소재까지 생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연구는 친환경 수소 경제와 에너지 저장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길 성과로 주목받는다. 업계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의 비용과 순도를 동시에 해결하며, 대량 폐기물 처리 문제까지 접근한 UNIST의 전략을 ‘수소·이차전지 융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9월 25일, 볼밀링(구슬 분쇄) 공정만으로 암모니아기체(NH₃)에서 순도 100% 수소를 분리하고, 동시에 고부가 이차전지 음극재인 질화규소(Si₃N₄) 소재를 확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암모니아 기체와 실리콘 분말(폐태양광에서 회수)만을 밀폐 용기에 넣고, 수 mm 크기 구슬의 충격·마찰로 반응을 유도했다. 기존 방식처럼 400~600도의 고온·고압이나 추가 정제 장치 없이, 50도 이하의 낮은 온도 에너지로 수소와 고순도 부산물을 한 번에 얻어낸 셈이다.  

공정 원리를 보면, 충격·마찰로 실리콘이 활성화돼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된다. 그 결과 수소(H₂) 기체와 더불어 질소(N₂)가 발생하지만, 질소는 실리콘과 바로 반응해 질화규소(Si₃N₄)로 고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불순물 없이 시간당 102.5 mmol이 생산됐고, 추가적인 분리나 정제 공정 없이 순도 100%임을 성분분석으로 확인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실험에 실제 폐태양광 실리콘 분말을 적용해도 상용 실리콘과 동일한 효율, 순도가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산업적으로는 두 가지 파급력이 강조된다. 첫째, 질화규소 부산물이 이차전지, 특히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로 쓰여 고부가가치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이 해당 질화규소로 제작한 리튬이온전지는 용량 391.5 mAh/g, 1000회 반복 충전·방전 뒤에도 초기 용량의 80%를 넘는 안정성과 99.9% 쿨롱 효율을 보였다. 둘째, 경제성 분석에서 질화규소 판매 수익까지 반영할 경우 수소 생산단가는 -7.14달러/kg 수준에 도달, 오히려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입증됐다.  

 

유사 기술과 비교하면, 해외 및 국내 암모니아 분해 공정은 대부분 고온 촉매·추가 정제 등 복잡한 방식이지만, UNIST 시스템은 ‘저온·일괄’ 반응으로 구동해 공정 단순화와 에너지 절감의 우위를 보인다.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청정수소 생산 및 재생소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폐기물 활용’과 ‘이중 융복합 가치창출’이라는 점에서 해당 성과의 시장확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직 정부 정책상, 암모니아 기체 분해 및 순수 수소 추출에 관한 인허가·규제 기준은 모호하지만, 대량 태양광 폐기물 발생이 예고된 상황에서 친환경 수소 인프라 확장 및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의 연계성도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태양광 재활용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저온-직접 전환 및 실리콘 등 산업 소재 재생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술 상용화 시점이 수소 경제와 에너지 저장 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볼밀 기반 암모니아 분해·재활용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친환경성, 산업경쟁력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조건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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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폐태양광실리콘#수소이차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