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키순라, 유럽 승인”…릴리, 초기치매 치료 지형 바꾼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 제약기업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신약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공식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유럽 내 경도 인지장애,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미한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유럽 승인 사례를 치매 치료제 글로벌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릴리는 6월 25일(현지시간) 유럽당국이 키순라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 허가를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약은 성인 경도 인지장애, ApoE4(아포지단백 E) 이형접합체 또는 비보유자 모두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beta) 단백질이 뇌에 축적된 경미한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다. 미국에서 허가된 후 유럽 승인에 이르기까지 임상 3상 시험 데이터가 기준이 됐다.

키순라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플라크: 비정상 단백질 뭉침)를 특정 항체로 제거하는 방식의 항체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뇌에 과도하게 쌓이면 신경세포 기능 저하, 기억력·사고력 감퇴를 초래한다. 키순라는 한 달에 한 번 정맥 주사 투여만으로 플라크 제거 효과와 주입 편의성을 높였으며, 치료비용 경감 기대 또한 크다는 평가다. 릴리 측은 임상 결과 “질병 진행 속도를 현저히 늦추고, 18개월간 추가 악화 위험을 크게 줄인다”고 밝혔다.
기존 치매 치료제가 대증요법에 머물렀던 데 비해, 키순라처럼 발병 원인 단백질 타깃 항체는 인지기능 유지, 환자 독립성 연장 등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해설한다. 다만 항아밀로이드 항체 특성상 뇌부종·뇌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ApoE4 유전자 보유 환자는 ARIA 위험도가 더 높아 철저한 사전 유전자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장은 이번 유럽 승인으로 미국 바이오젠·에자이(‘레켐비’ 등)와의 항체치료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본다. 향후 일본, 중국 등에서도 허가 심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한국인 대상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현지 도입을 위한 가교임상 결과는 2028년 공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조기진단과 맞춤치료의 길이 열렸다”며 키순라와 같은 원인치료제의 투약 시점, 환자군 적용 기준 등이 향후 치매 치료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새로운 모달리티 치료제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