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 역사 속으로”…정부조직법 통과로 검찰청 78년 만에 폐지
정치적 충돌의 중심축이었던 검찰청이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수사 권한과 기소 권한을 한 손에 쥐었던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 검찰이, 정권 교체와 권력 비리 논란을 거치며 78년 만에 조직 명맥을 잇지 못하게 됐다. 여야 정쟁이 격화된 가운데, 1948년 제정된 검찰청법이 종언을 고하며 거악 척결부터 ‘검찰 공화국’ 논란까지 검찰의 영욕이 막을 내렸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 산하 공소청, 행정안전부 장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수사·기소기관 간 상호 견제체계 확립을 위해 내년 9월 검찰청을 공식 해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검찰은 1년의 유예기간을 뒤로하고 1948년 독립 수사조직 창설 이후 78년 만에 현존 조직으로서의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검찰의 수사권력은 그동안 고위공직자와 전현직 대통령까지 겨냥한 막강한 특수수사로 대표됐다. 검사는 “정의와 인권을 세워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지킨다”는 대의명분 아래 중대 사안에 직면할 때마다 강도 높게 칼을 들이댔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일명 ‘단군 이래 최대 사건’을 연달아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미온적 대응, 조직구성원 비리 앞에서의 이중잣대, 원내 표적수사 및 과잉수사 논란 속에 비판 여론도 끊이지 않았다. 검사 출신 대통령까지 배출하면서 검찰 권한 견제 필요성은 정치권 의제로 부상했다. 결국 역대 정부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지나 최근 윤석열 정권까지 개혁과 갈등이 반복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출범, 중수부 폐지 등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검수원복’ 시행령 논란은 견제받지 않는 검찰권 행사 우려를 자극했다. 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건의 불투명한 수사 처리에 수사의 공정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거세졌다.
야권은 강도 높은 검찰 개혁과 권력기관 분산 필요성을 재차 부각하며 “검찰이 공익보다 권력과 기득권 수호에 매달린 끝 파국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진영과 일각에선 “정치보복성 검찰 죽이기” “수사 역량 약화에 국민 피해”라는 반론을 내놨다. 시민사회 역시 견제장치 강화는 긍정적이지만, 권력비리나 대형 범죄 수사가 약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검찰에만 국한되지 않고 권력기관의 임무와 범위 전반을 재설계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새로 신설될 공소청와 중수청의 업무분장, 현직 검사 인사 조정 등 조직 전환 준비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회는 한치 양보 없는 검찰 조직 해체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야는 법안 처리 전·후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으며, 정치권은 검찰권력의 미래와 새로운 수사·기소체계 구축을 둘러싸고 거센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