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울려퍼진 합창”…수성못페스티벌,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요즘 도심 한가운데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예술을 가까이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에는 축제라 하면 특별한 이벤트로 여겼지만, 지금은 매년 수성못을 찾으며 하루의 일상을 예술로 채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이웃과 가족이 함께 웃는 새로운 풍경과 변해가는 지역의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가을이 짙어지는 수성못가. 산책을 나온 가족, 돗자리 위에 앉은 친구들, 그리고 한밤중 음악을 타고 퍼지는 우리 동네 목소리까지. 올해에도 ‘수성못페스티벌’이 그 순간을 빛낸다. 9월 26일부터 3일간 펼쳐지는 이 축제는 수성구의 일상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번져가게 만든다. 특히 수성행복콘서트처럼 지역 주민과 예술인이 한 무대에 올라 울리는 희로애락의 합창은, 관객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수성문화재단이 꾸준히 도입해 온 다양하고 개성있는 프로그램 덕분에, 수성못페스티벌은 최근 2년 연속 대구광역시 우수지역축제 평가 1위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높였다. 올해 역시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와 ‘사생실기대회’처럼 온 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공간, 지역의 풍경과 어우러진 먹거리 축제까지, 각기 다른 가족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무대가 이어진다.
오케스트라부터 전통 국악, 현지 뮤지컬팀 공연과 지역 재즈빅밴드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매일밤 수성못을 수놓는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좋은 음악과 음식, 가족이 한 자리에 있어 오랜만에 마음이 맑아졌다”고 고백했다. 청소년들이 댄스 무대에서 관객과 하나 되는 장면, 거리예술가가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과 예술의 쉼표 찾기”로 부른다. 한 지역문화연구자는 “수성못페스티벌의 본질은 잊고 있던 공동체 감각, 예술의 기쁨을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데 있다”고 표현했다. 오랜만에 이웃과 어깨를 맞대고, 세대가 어우러지는 풍경에서는, 그동안 멀어져 있던 사람 사이의 정과 여유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수성구 온라인 커뮤니티엔 “작년보다 더 다채롭다”, “동네에서 이런 문화행사를 만나는 게 기쁘다”는 글이 이어진다. 아이들 손을 잡고 사생대회에 참가한 부모는 “아이와 함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생겼다”며 의미를 되새긴다. 누군가는 들안길 푸드페스티벌에서 초가을 밤의 풍경을 맛으로 즐기며, 또 누군가는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예술에 빠져든다.
결국 수성못페스티벌은 도심 속 호수 위에 펼쳐진 환희의 무대이자, 세대와 시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교류의 장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음악과 예술, 함께 걷는 사람이 있어 더 특별해지는 9월의 밤. 올해도 수성못을 찾는 모든 이에게, 문화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과 따스한 여운이 오래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