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에 띄우는 음악과 맥주”…115년 양동전통시장의 새 일탈
시장 골목에서 천원 맥주와 바삭한 전을 들고 음악에 흠뻑 빠지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단순 장보기의 공간이던 전통시장이, 지금은 세대와 취향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여행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 소박한 일상의 소동이, 도심 한복판에선 축제가 된다.
2025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광주 서구 양동전통시장 일대에서 제3회 양동통맥축제가 펼쳐진다. 115년의 역사를 품은 이 시장은 호남에서 가장 오래된 곳. 이번 축제에서는 시장 고유의 먹거리, 야외 맥주, 그리고 밴드 공연과 댄스 파티가 어우러지며 과거의 정취와 현대의 리듬이 겹쳐진다. SNS에는 벌써 ‘천원 맥주 한 잔의 소확행’ 사진, 다양한 길거리 음식, 독특한 분위기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통시장 방문객은 매해 증가세이며, 특히 주말엔 가족 단위는 물론, 20~30대 친구·연인들이 대거 찾는 명소로 떠오른다. 상담가들은 코로나 이후 ‘편한 일탈’, ‘일상 속 새로움’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며 “전통시장은 이제 음식과 물건만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경험 공간”이라고 느꼈다.
체험 부스의 인기도 남다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톡톡블럭’, 소소한 소품을 만드는 ‘어항캔들’, 감각적인 ‘플라워떡케이크’ 체험에서 웃음이 번진다. 무심코 들른 부대행사에서는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깜짝경매와 시장버스킹을 즐기며 내 삶에 스며든 어릴 적 추억을 다시 꺼내본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통시장이 이렇게 젊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고 고백하는 30대 방문객, “아이와 함께라 와봤는데 앞으로 매년 오고 싶다”고 표현하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시장 나들이가 트렌드라니, 부모님과도 꼭 가보고 싶다”, “요즘은 시장이 오히려 더 힙하다” 등 공감의 목소리가 온라인에 쌓인다. 사회학자들은 “삶의 온기를 느끼고픈 도시인들이, 전통이라는 느슨한 연결 안에서 새로운 유대와 자극을 찾는 중”이라 해석한다. 양동통맥축제는 오래된 가치와 지금의 감각이 어우러지는, 도시에 남겨진 특별한 쉼표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축제가 늘어나면서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변화한다. 전통시장에서 시작된 문화의 숨결이, 지금은 누구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퍼져간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떻게 삶을 즐길 것인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