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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컴퓨팅센터 유찰”…초대형 국가사업, 수익모델 한계→업계 신뢰 위기
IT/바이오

“AI컴퓨팅센터 유찰”…초대형 국가사업, 수익모델 한계→업계 신뢰 위기

신채원 기자
입력

초대형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 ‘AI컴퓨팅센터’ 국가사업이 무응찰 사태로 유찰됐다. 막대한 투자에 내걸린 정책적 청사진, 그리고 국내 기술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둘러싼 본질적 한계가 국내 주요 IT·클라우드 업계의 외면을 불러왔다. 디지털 대전환의 중대한 교차로에서, 정책과 시장 사이의 간극이 보다 적나라하게 노출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합작으로 설계된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사업은 1엑사플롭스(EF)급 연산 능력을 갖춘 초대형 인프라 구축을 골자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총 2조원 규모의 재원을 정책금융 등으로 동원해,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설립을 계획했다.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연구개발(R&D), AI 서비스 산업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클라우드, 통신, 반도체, 플랫폼 기업의 참여를 기대했으나 초기 열기와 달리 마지막까지 입찰 의향을 확정한 주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SK텔레콤, LG CNS, KT, NHN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각각의 내부 사정과 사업성 평가를 근거로 잇따라 참여를 포기했다. 삼성SDS와 네이버 중심의 컨소시엄마저 최종 투자의 문턱을 넘지 않았다.

AI컴퓨팅센터 유찰…초대형 국가사업, 수익모델 한계→업계 신뢰 위기
AI컴퓨팅센터 유찰…초대형 국가사업, 수익모델 한계→업계 신뢰 위기

업계가 입을 모은 가장 근본적 우려는 수익모델의 불확실성에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으나, 수익창출 구조, 요금 체계, 핵심 수요처 등 사업자의 실제 전망과 동력을 제시하지 못했다. 엑사플롭스 단위의 컴퓨팅 역량 수요가 대기업 일부에 국한되고, 중소·중견 기업엔 과도한 설비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었다. 민간에 자율적으로 요금 체계를 제안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공공성 목표에 따른 가격규제 가능성, 즉 시장 논리와 규제의 이중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공실 위험, 정책 변동성에 따른 운영 리스크 역시 사업자들에겐 감당할 수 없는 하중이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공고를 예고했다. 이달 2일부터 10일 이상의 추가 공고 기간을 둘 예정이지만, 공모 요건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단독입찰시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의계약까지도 검토할 수 있으나, 그 과정 역시 까다로운 기술 평가와 가격 협상을 거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산업 생태계의 현실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수익성 구조 보완과 정책 목적의 재정의 없이는, 이번 사업의 신뢰 회복과 재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 인프라라는 거대한 구상과 차가운 시장 논리의 충돌이 한국 디지털전환의 향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과 시장의 접점 모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제기된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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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컴퓨팅센터#과학기술정보통신부#민관합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