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1000 그랜드슬램”…서승재·김원호, 인도네시아오픈 정상→세계선수권 기대감 고조
결정적 순간, 서승재와 김원호는 남몰래 짙은 호흡을 맞추며 위기의 매 순간을 넘겼다. 인도네시아 관중의 함성 속에서도 두 선수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내내 쟁점이 됐던 각본 없는 승부, 마지막 셔틀콕이 코트에 꽂히는 순간, 코트 위에는 이들의 성장과 신뢰가 투영됐다.
2024 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남자 복식 결승전은 6월 9일 자카르타에서 펼쳐졌다. 한국 대표 서승재와 김원호(이상 삼성생명)는 홈터의 압도적인 응원을 업은 사바르 구타마, 모 이스파하니 조를 상대했다. 경기 초반, 서승재·김원호 조는 상대의 기세를 넘지 못해 1세트를 18-21로 내줬지만, 특유의 코트 중앙 공략과 안정적인 리시브로 균형을 되찾았다. 2세트는 팽팽한 흐름 끝에 21-19로 가져오며 결승전 특유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운명의 3세트에서는 각자 다른 역할이 또렷이 빛났다. 김원호가 망설임 없는 스매시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고, 서승재는 빈틈을 놓치지 않는 노련한 수비와 빠른 판단으로 상대 코트를 흔들었다. 그 결과 21-12라는 확실한 점수 차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인도네시아오픈 우승으로 서승재·김원호 조는 1월 말레이시아오픈, 3월 전영오픈에 이어 시즌 세 번째 슈퍼 1000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이는 한국 남자 복식 배드민턴의 저력을 재확인한 장면이자,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조합을 재정립한 두 선수의 의미 있는 결실이기도 했다. 서승재는 귀국 인터뷰에서 “코트에서 나누는 호흡이 남다르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더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원호 역시 “승재형과 맞추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파트너십 자체가 선수로서 큰 힘이 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국가대표팀 내 파트너 재정비로 7년 만에 함께 뛴 두 선수는 어느새 세계 최강국들의 견제가 본격화됨을 실감하고 있다. 김원호는 “상대 분석이 예전과 달라졌다. 지금부터 더 노력할 때”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동료와의 깊어진 신뢰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가 각별했다.
이제 두 선수의 다음 행선지는 8월 25일 개막하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다. 서승재는 “여름엔 가장 중요하게 몸을 관리하며, 세계선수권에서 또 한 번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며, 멈추지 않는 성장 의지를 드러냈다.
팬들은 코트 위 두 선수의 굵은 땀방울과 서로를 향한 격려에서, 단순한 승부를 넘어 스포츠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느끼고 있다. 뜨거운 여름,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될 예감이다. 슈퍼 1000 우승의 서사가 파리의 새로운 장면으로 이어질 순간은 8월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