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환송식에 울컥”…유영아·이은미, 국가대표 은퇴→지도자로 결심
잔잔한 음악과 함께 그라운드를 거니는 두 명의 레전드, 유영아와 이은미의 표정에는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관중석을 메운 축하의 박수 속에서, 수많은 기억들이 두 선수 위로 조용히 흘렀다. 여자축구 한 시대를 이끌었던 그 이름들은 이날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전 하프타임, 공식 은퇴식을 갖고 선수 생활의 끝을 알렸다.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자를 기리는 세심한 헌정의 시간을 준비했다. 후배들의 축하 영상과 함께, 기념 액자와 상패, 꽃다발까지 조용히 전달됐다. 그간 이어온 노력이 단순한 기록 이상의 서사가 되었음을 모두가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유영아는 2002년 첫 태극마크 이후 A매치 87경기에서 폭발적인 32골을 기록했다. 이는 지소연, 전가을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최다 득점으로, 여자 대표팀 역사의 귀중한 이정표다. 2015 캐나다 월드컵 16강 진출과 두 번의 아시안게임 동메달, 리그 3회 득점 2위까지 그가 남긴 족적은 지금껏 빛을 발하고 있다.
수비수 이은미는 91경기에서 14골을 넣으며, 최후방에서의 헌신을 수치로 증명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 두 차례, 월드컵 두 회 출전 경험은 물론, WK리그 세 번의 우승과 2022시즌에도 수원FC위민의 정상 행진을 완성했다.
행사장에는 전가을 이사를 비롯, 축구계 여러 인물이 자리를 채웠다. 헌정 영상과 뜨거운 메시지는 선수와 팬, 관계자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후배 대표팀 선수들의 응원과 감사가 담긴 목소리는 관중 모두에게 감동을 전했다.
유영아는 스스로의 마지막 인사를 또렷하게 남겼다. "선수 유영아로 받은 사랑에 감사하다. 이제 지도자로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은미 역시 "비록 선수 생활은 마쳤지만, 후배들과 한국 여자축구를 계속 응원하고 힘쓰겠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각각 서울시청, 수원FC위민의 코치로 현장에 남아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엔 아쉬움과 다짐이 교차했다. 지도자로서 현장에 다시 선 두 레전드는 여전히 대표팀을 위해 뜨겁게 뛰고 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콜롬비아전을 마치고, 곧 이어질 동아시안컵 등 바쁜 일정을 준비한다. 두 레전드의 은퇴는 곧 대표팀 세대교체의 서막, 후배들의 새로운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두 선수가 마지막까지 품었던 진심과 환송의 박수는 하나의 여운으로 남아 있다. 현장에 남은 시간, 지도자로 다시 쓰게 될 내일의 기록은 잠시 멈추었던 관중의 마음까지 두드릴 것이다. 이어지는 대표팀의 행보와 더불어, 한국 여자축구를 향한 따뜻한 시선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