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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리는 순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가리왕산의 상처, 관객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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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리는 순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가리왕산의 상처, 관객을 울리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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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던 잎사귀와, 지나간 꿈의 잔재처럼 스크린을 채운 가리왕산의 실루엣이 조용히 관객을 맞이했다. 김주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은 평창 동계올림픽 뒤 자취를 감춘 가리왕산의 상처와 복원을 염원하는 마음을 절제된 시선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이 작품에 한국경쟁 대상을 안기며 다시 한번 환경과 예술,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응시했다.

 

이번 영화제는 단순한 시상식의 형식을 넘어, 자연 훼손이 남긴 아픈 흔적과 새로운 내일에 대한 강한 질문을 제기했다. 평창에서 밀라노로, 시간과 geography를 넘나드는 화면 속에서 관객들은 혼자 남은 산과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을 함께 목격했다. ‘종이 울리는 순간’은 자연과의 화해,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된 복원의 절실함을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전달했다. 김주영 감독은 “잊혀진 산의 소중함을 알려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이 이끌어내는 미래를 믿고 싶다”는 소감을 전하며 현장의 뜨거운 기운을 확산시켰다.

“가리왕산의 비극이 다시 울렸다”…‘종이 울리는 순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뜨거운 사유 촉발
“가리왕산의 비극이 다시 울렸다”…‘종이 울리는 순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뜨거운 사유 촉발

한국경쟁 우수상을 품에 안은 ‘꽃풀소’는 버려진 소들을 지키려 이웃과 세대가 손을 맞잡는 과정을 세심하게 비춰 진한 감동을 전했다. 이 작품은 관객심사단상의 영예 또한 함께 얻어 두터운 공감의 힘을 입증했다. 또,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평화를 찾아서’는 기후 위기와 개발 문제 속 소년의 상실감, 그리고 서서히 틔우는 회복의 여운, 인간이 짊어진 환경 재난의 무게를 깊은 서정으로 형상화했다. 심사위원 특별상 ‘불타오르다’는 불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불안한 균형을 절묘하게 담아냈고, 루마니아 환경 참사를 그린 ‘우리가 잠들던 곳’도 관객상을 받으며 묵직한 현실 감각을 공유했다.

 

이번 영화제는 유럽연합과 협력해 ‘세계청소년기후포럼’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과 실천방안을 발표하는 생생한 참여의 장을 마련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은 영화 상영뿐 아닌 협업과 연대를 통한 일상의 변화, 시민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오프라인 시사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울림은 계속된다. 온라인 상영을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15일까지 52편, SK브로드밴드 B tv를 통해 30일까지 43편이 무료로 공개된다. 또한 ‘시네마그린틴’과 지역 순회 상영 등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멈추지 않는다. 종이 울리는 순간, 가리왕산이 남긴 아픔과 희망은 관객의 마음 구석마다 오래도록 잔잔히 울리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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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울리는순간#서울국제환경영화제#김주영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