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충돌 더 캐치”…김동혁, 잠실 구장 영웅→롯데 4-2 승리 견인
모든 선수에게 언젠가 ‘그날’은 찾아온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붙잡고, 단 한 번의 찬스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김동혁은 잠실 구장을 가득 채운 관중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결코 쉽지 않았던 승부의 여정, 그 중심엔 김동혁의 용기와 절박함이 묻어났다.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은 초반부터 팽팽하게 전개됐다. 롯데는 김동혁을 8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고, 김동혁은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라는 기록과 함께 외야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두 팀은 투수진과 수비진의 집중력 속에 엎치락뒤치락 흐름을 이어갔다. 4회와 6회에 롯데가 점수를 쌓았고, 두산도 분전하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진짜 이야기는 9회말에 도달했다. 롯데가 4-2로 앞선 상황, 마운드 위 김원중이 두산 김민석에게 안타를 내줬다. 이어 김인태가 우익수 방면 펜스를 향해 쏜살같은 타구를 날렸고, 그 순간 우익수 김동혁이 전력질주로 타구를 쫓다 펜스 앞에서 몸을 내던졌다. 극적으로 잡은 이 한 번의 더 캐치는 추가 실점을 막고, 팀의 승리를 눈앞에 가져왔다. 윌리 메이스의 전설적인 월드시리즈 장면이 자연스레 소환됐다. 김동혁은 펜스에 부딪혔지만 아픔을 잊은 듯 다시 일어섰고,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동혁에게 이날 경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제물포고 졸업 뒤 지명 실패의 아픔, 대학 졸업 유예 후 재도전, 2022년 롯데 7라운드 지명 그리고 군 복무를 거쳐서야 찾아온 1군 무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0.354의 타율을 기록하다 마침내 주전 선수의 공백으로 찾아온 1군 소집. 준비의 시간과 기다림이 이날 잠실구장에서 하나로 모였다.
경기 종료 뒤 김동혁은 “최근 팀에 부상자가 많다. 그 자리를 채우려 많이 준비했다. 팀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결정적 장면에 대해서는 “공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 최단 경로로 달렸다. 펜스는 생각나지 않았고, 오직 집중만 있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또 “잠실구장을 품은 팬들 앞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어 영광이다. 부모님께 감사하고,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롯데는 이 승리로 중위권 순위 경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김동혁의 더 캐치가 남긴 진한 울림은 관중석을 물들였고, 롯데의 다음 경기는 9일 같은 장소에서 두산과 다시 이어진다. 누군가의 치열한 하루와 집념이 만들어낸 기적의 순간, 그 잔상이 밤하늘을 오래도록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