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합계 5언더파 선전”…김아림, US여자오픈 2R 공동 2위→5년 만의 정상 도전
첫 퍼트가 홀 가장자리를 스치고 지난 순간, 김아림의 표정엔 긴장과 담담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강풍과 일시 중단이라는 변수를 흩트림 없이 이겨내며, 김아림은 에린 힐스에 또렷한 존재감을 새겼다. 이 흐름 위에 5년 만에 다시 US여자오픈의 정상을 노리는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 골프 코스에서 제80회 US여자오픈 2라운드 경기가 31일 치러졌다. 김아림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플레이로 버디 3개와 보기 2개,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전날 4언더파 기세에 힘입어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 공동 2위로 우뚝 섰다. 리더보드 맨 윗자리는 사이고 마오가 8언더파 136타로 차지했으며, 김아림과는 3타 차가 벌어졌다.

경기 진행 중 거센 바람 탓에 약 1시간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이변도 있었으나, 김아림의 집중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일몰로 인해 일부 선수들이 라운드를 마치지 못했으나, 공식 종료 기준 김아림의 2위 자리는 단단했다. 김아림은 2020년 KLPGA 선수 시절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무대는 그로부터 다섯 해를 넘어 다시금 정상에 도전하는 특별한 무대다.
올 시즌 김아림은 드라이버 거리 26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71%, 그린 적중률 78%를 기록하며 장타와 안정감을 겸비한 기량을 펼쳤다. 6번 홀 첫 보기를 따라 곧바로 7번 홀에서 버디로 반전을 만들었고, 11번과 14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경기 재개 뒤 마지막 18번 홀에서 벙커에 빠졌으나 큰 동요 없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지켰다.
경기 종료 후 김아림은 퍼트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며, “중단이 다소 리듬을 흔들긴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그룹 공동 2위에는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도 이름을 올렸다. 화려한 라운드를 펼친 사이고 마오는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진희가 4언더파로 단단히 8위를 지켰고, 최혜진과 윤이나, 황유민 등도 10위 내에 자리했다. 전인지, 유현조, 신인상 포인트 선두 다케다 리오 등 주요 경쟁자 역시 상위 그룹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혔던 김효주는 이틀 연속 오버파로 컷 통과가 불투명해졌고, 2019년 우승자 이정은 등 일부 톱랭커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바람, 흔들리는 그린에 마주 선 눈빛, 쌓여가는 숫자 위로 또 한 번의 도전이 깃든 시간이다. US여자오픈은 3, 4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김아림이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 판도가 어떻게 흔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회 3라운드는 오는 주말 잔잔한 자연과 함께 미국 에린 힐스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