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천억 순매수”…외국인 투자자, 10개월만에 코스피 매수세 전환→SK하이닉스 주가 견인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5월 코스피 시장에서 1조1,441억 원 규모 주식을 순매수하며, 10개월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한국증시 자금 흐름의 변곡점에 선 듯한 이 변화는 글로벌 금융지형 속 달라진 기대감과 맞닿아 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5월 2일부터 3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1,441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외국인 매도 행진이 9개월 만에 멈추며, 누적 순매도 금액은 3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41조 원에 육박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속 순매도 기간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외국인의 시선이 바뀌는 결정적 요인은 관세 우려 완화와 원화 강세, 1분기 국내 주요 기업의 선방한 실적에 기반했다. 4월 한 달간 9조3,360억 원을 내다팔던 외국인은 5월에는 매수 기조로 전환, 19거래일 중 무려 11거래일에서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장의 분위기는 종목별로 선명하게 갈렸다. SK하이닉스(000660) 주식에만 1조4,770억 원이 집중됐고,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삼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도 수혜를 입었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 주식 1조2,709억 원을 팔아치웠고, 이 기간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49.65%로 하락했다. SK텔레콤, 셀트리온,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으로 매도세가 이어지는 사이,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 매수 흐름이 951억 원어치 규모로 바뀌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달러 흐름이 약세로 이동하는 국면에서 원화 강세를 예측해 적극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관세 리스크 완화가 외국인 수급 개선에 날개를 달았다"며, "수출 대형주에 투자가 몰릴 경우 지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 전환이 당분간 추가 자금 유입과 코스피 반등을 이끌 잠정적 기대를 키우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달러 강세 재개와 국내외 기업 실적 변동성 등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도 적지 않다.
국내 증시의 변화는 자금의 유입과 이탈, 그리고 각기 다른 주식 종목에 대한 경중의 질서로 흘러가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다음 달에도 이어질지는 달러 가치, 관세 정책, 국내 기업 실적 등 수많은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와 기업, 가계 모두 불확실성을 현명하게 읽어내는 준비와 더 섬세한 자산 배분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6월에는 정책 발표와 실적 시즌이 다시 시작된다. 시장의 숨결을 예민하게 따라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