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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라디오·이군, 담백한 단념”…‘그렇다 치자고’→쓸쓸한 체념의 선율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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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라디오·이군, 담백한 단념”…‘그렇다 치자고’→쓸쓸한 체념의 선율에 눈길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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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멜로디에 담김 감정의 층위가 또렷하게 빛났다. 오래된 라디오가 발표한 신곡 ‘그렇다 치자고’는 사랑이 끝나는 순간, 말로 모두 다 담지 못할 체념과 이별의 정서를 조용히 떠올리게 했다. 이군의 목소리는 빗방울이 조용히 고이는 듯 마음속 깊은 곳을 살며시 두드리며, 남겨진 사랑의 뒤끝에서 피어오르는 처연함을 노래했다.

 

이번 곡 ‘그렇다 치자고’는 상대의 뜻에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는 남자의 낯선 담담함을 정직하게 담았다. 이별이 선사한 상실에서 감정을 적극적으로 붙잡는 대신, 조용히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가 서늘하게 그려진다. 오래된 라디오는 꾸준히 다양한 보컬리스트와의 협업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해왔으며, 이번에도 장르의 경계를 허문 감성을 과감하게 들려준다.

“담담한 체념의 끝”…오래된 라디오·이군, ‘그렇다 치자고’→쓸쓸한 이별 멜로디
“담담한 체념의 끝”…오래된 라디오·이군, ‘그렇다 치자고’→쓸쓸한 이별 멜로디

이군은 드라마 ‘천국의 눈물’ OST ‘다시 한 번만’으로 인상 깊은 보컬을 남긴 아티스트다. 절제된 감정표현과 진심 어린 창법, 평범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곡의 감정을 정확히 끌어올리는 호흡이 ‘그렇다 치자고’의 쓸쓸함을 한층 깊이 있게 완성했다. 듣는 이들은 이군의 목소리 속에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별의 풍경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체념의 여운을 천천히 마주하게 된다.

 

프로젝트형 뮤지션으로 자리 잡은 오래된 라디오는 문정식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새로운 감정선을 탐구하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거듭해왔다. ‘그렇다 치자고’에선 감정의 미묘한 윤곽과 남자의 복잡한 내면을 부담 없이 풀어냈고, 한계점 앞에 선 체념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했다. 꾸준한 변주 속에서도 진심을 놓치지 않는 오래된 라디오만의 음악적 태도가 돋보인다.

 

결국 끝나버린 사랑, 담백한 인정과 조심스레 번지는 쓸쓸함까지, 오래된 라디오와 이군은 이번 노래 한 곡 안에 모아 아릿한 이별의 감정을 완성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혹은 아직 끝내지 못한 이별의 기억이 멜로디 위로 불현듯 스며든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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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라디오#이군#그렇다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