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A, 알래스카 LNG 연결 고리 되나”…일본-미국 에너지 협력 새 지평→아시아 수출 물꼬 기대
초여름의 북극권, 맑은 하늘 아래 광활한 대지 한 곳에서 세계 에너지 지형을 뒤흔들 회담의 막이 오를 채비가 한창이다. 다음 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국제 에너지 업계와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JERA가 44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서 가스 구매를 공식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힌 소식이, 유난히 깊고 긴 북녘의 밤에서도 새로운 동틀 무렵을 예감하게 한다.
JERA는 이번 ‘알래스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를 앞두고 입찰참가희망서(EOI)를 제출했다. 이 거대한 북극권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내륙 천연가스전을 따라 1천300킬로미터 파이프라인이 남부 해안까지 이어지고, 아시아 시장으로 액화 가스가 실려 가는 대숙원의 길을 상상한다. 지난 몇 년간 사업 타당성, 구속력 있는 장기 계약 부재, 투자 부족 등의 장애물이 두툼하게 쌓여 있었지만,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행정명령 서명이 이 잠든 대륙에 재차 시장의 시선을 모으도록 했다.

JERA의 이 움직임은 일본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지향점을 반영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화해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와중,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와 아시아 가스 협력 체제를 공공연히 내비쳤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상차관인 마츠오 다케히코가 회의 참석을 결정한 사실은 그 의지의 무게를 웅변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알래스카가 아시아 시장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내다팔 신(新)무역항로로 각광받으면서, 이번 콘퍼런스가 미국-일본 에너지 파트너십 재출발의 전초라고 해설한다.
동풍은 일본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 한국가스공사와 대만 공식 대표단 등 이른 아침부터 맡은자리를 지키는 인사들은 이번 알래스카의 태동을 새로운 기회로 읽고 있다. 만일 미국산 LNG가 아시아를 향해 힘차게 흐르기 시작한다면, 한국·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의 에너지 공급 안정과 글로벌 시장의 주가에도 커다란 파도가 일렁일 것이다.
이제 앵커리지의 바람은 단순한 북방의 찬기운이 아니라, 미일 협력의 약동과 아시아로 이어지는 희망의 숨결로 번져간다.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새로운 줄기가 이곳에서 시작될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며, 각국은 조용히 손끝에 에너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