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열세에 막혀”…한국 여자배구, 미국전 0-3 패배→첫 승 물거품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코트에 들어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미국의 높은 벽 앞에서 고개를 들어올릴 수 없었다. 강소휘의 힘찬 스파이크와 이다현의 속공이 시도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간절한 응원이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높이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까지도 코트 위의 분투가 이어졌지만, 전력 차를 실감한 순간이 팬들의 아쉬움을 더했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월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25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 차 예선 2조 4차전에서 미국과 맞붙어 세트 스코어 0-3(13-25 26-28 17-25)으로 패했다. 이번 경기는 1주 차 마지막 경기로, 이로써 한국은 4경기 전패라는 냉정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경기 초반부터 장신 선수들로 무장한 미국의 공세에 한국은 고전했다. 블로킹 싸움에서 3-14로 큰 격차가 벌어지며, 이날 경기 전체의 흐름을 상징했다. 1세트는 13-25로 무기력하게 내주었으나, 2세트에서 이다현의 속공과 절묘한 서브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다. 듀스까지 가는 대등한 접전 끝에 26-28로 아쉽게 세트를 내줬고, 마지막 3세트 역시 미국의 강력한 서브와 블로킹에 흔들리며 17-25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 대표팀은 강소휘가 8점, 이선우가 7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미국은 서브와 블로킹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며 승리를 챙겼다. 모랄레스 감독은 경기 직후 “높이의 격차를 넘어서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수단과 팬들에게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이번 4연패로 한국 여자배구의 세계랭킹은 35위에서 37위로 떨어졌다. 18개 참가국 중 최하위에 머물며, 목표로 삼았던 ‘최하위 탈출’과 VNL 잔류에 경고등이 켜졌다. 팬들은 분투하는 선수들을 향한 무언의 박수와 함께, 다음 라운드에서의 반전을 바랐다.
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18일부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주 차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캐나다, 벨기에, 튀르키예, 도미니카공화국과 차례로 격돌하며 다시 첫 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첫 승을 향한 절실함과 다가오는 기회의 시간은 선수들의 손끝에 걸려 있다. 세계의 높은 벽 앞에서 지지 않는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진짜 스포츠의 의미는 다시 태어난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 2주 차 일정은 6월 18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