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과 청초호유원지의 여운→속초 여행, 바다와 미식의 기억을 걷다
속초의 이른 아침 공기에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냄새가 스며 있다. 설악산 자락에 숨어든 안개가 천천히 거둬지면, 청초호유원지의 고요한 물살과 동해의 푸른 파도, 그리고 도시의 온기가 조용히 어깨를 두드린다. 등산객의 뒷모습이 언덕 위로 스며들고, 시장 골목의 분주함이 하루를 깨운다. 여행자의 시선에 머무르는 풍경들은 오래도록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설악 관광특구의 속초는 드넓은 자연과 속 깊은 도시의 풍경이 하나의 시처럼 펼쳐진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웅장한 산세와 속초해수욕장의 유려한 해안선은 사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으며, 산책로를 걷는 이들의 생각을 덧칠한다. 케이블카를 따라 산 정상에 오르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와 들숨마다 짙은 파도의 기운이 전해진다. 청초호유원지의 둘레길과 엑스포타워, 여름날의 무료 물놀이터는 소소한 휴식과 웃음이 머무는 공간으로, 시민과 방문객의 하루를 포근히 감싸준다.

속초의 진면목은 미식 여행에서 가장 빛난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지하 회센터에는 갓 잡은 활어가 움직이고, 지상 골목마다 풍기는 향은 걷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바이순대와 닭강정, 오징어순대를 비롯해 젓갈골목과 청과골목, 비가림 시설로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다섯 갈래 시장길이 계절의 맛을 품는다. 노점을 지키는 상인의 손끝에서 여행자와 지역 주민의 미소가 엇갈리며, 풍성한 식탁에는 오래된 바다의 이야기가 담긴다.
낯선 여행자도 설악 관광특구의 경계를 따라 속초에서 고성, 양양으로 여정을 옮기면, 또다른 풍경에 맞닥뜨린다. DMZ와 맞닿는 고성의 바람은 청정 자연의 순결함을 품고 있으며, 화진포와 송지호의 조용한 백사장에서 이국적인 평온을 만끽할 수 있다. 양양의 낙산사와 하조대, 송이버섯 숲은 문화와 자연이 빚어내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속초의 계절은 산과 바다, 시장과 사찰, 걷는 이의 발길에 따라 무한히 쓰이는 여행의 시로 남는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품고, 맛과 추억이 이어지는 이 도시는 쉼과 감동, 그리고 소박한 기쁨을 건넨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라면 설악 관광특구의 품 안에서 깊은 휴식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속초, 고성, 양양을 아우르는 이 길 위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속삭임으로 그 계절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