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추가 요구”…현대건설, 가덕도신공항 사업 손떼자 개항 더 미뤄진다
바다 위, 낯선 침묵이 내려앉았다. 국내 턴키 역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던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사업이 다시금 복잡한 변곡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대건설이 부지 조성의 주도적 역할을 내려놓으면서, 부산 앞바다의 개항 시계도 자연스러운 숨을 고르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667만 제곱미터 부지에 활주로와 계류장, 방파제까지 거대한 기반시설을 태울 사업의 수의계약자로 선정됐다. 사업비 10조5000억 원, 국내 역대급 기록이었다. 그러나 깊은 바다 아래 연약지반을 안정화하기 위한 기본설계가 문제였다.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전작업에 17개월, 공사 순서 변경에 7개월을 더해 총 24개월의 추가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계약법령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은 이뤄지지 않았고, 국토교통부는 수의계약 중단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또 다른 사업자 모집 등 후속 방안을 빠르게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없었다.
실제 공항 산업계 안팎에서는 후속 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 입찰에서도 현대건설 외에는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없던 때문이다. 동종 업계에서는 바다의 특수한 연약지반 위에 공항을 짓는 고난도의 건설 경험과 위험 부담, 거대한 자본력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참여자를 단기간에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사업자 확정이 무산되고, 추가 공사 기간만큼 전체 일정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신공항 개항 시점이 한층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의 꿈은, 당분간 다시 파도 위를 맴돌게 됐다. 해를 거듭하는 지연은 부산의 신공항을 기다려온 시민, 기업, 지역 산업 모두에게 현실적인 불확실성을 남기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신규 사업자 모집과 향후 공정 타임라인 수립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업계는 기존 참여 기업의 복귀 여부,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 가능성 등 후속 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향한 관문, 가덕도신공항의 남은 시간은 이제 또 한 번의 인내와 조율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