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철쭉 융단 위를 걷다→황매산철쭉축제, 봄날의 환희와 감탄 기록
문화

철쭉 융단 위를 걷다→황매산철쭉축제, 봄날의 환희와 감탄 기록

한지성 기자
입력

진분홍 물결이 황매산 고원을 가로지르던 그날, 이른 아침부터 청명한 바람과 햇살은 철쭉 사이를 부드럽게 흘렀다. 산자락을 타고 올라오는 이들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하며, 어딘가 아련한 봄날의 추억도 함께 불러내곤 했다. 무엇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철쭉꽃이 흔들리며 온 산을 색채의 신비로 물들이는 순간, 사람들은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채 눈부신 경관을 가슴에 새겼다.

 

황매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이 땅의 봄을 대변한다. 경남 합천, 산청, 거창에 걸쳐 뻗은 거대한 산줄기 위, 해발 1113미터 황매평전 일대에 펼쳐진 군락지는 30헥타르라는 숫자처럼 그 스케일과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한국 3대 철쭉 명산 중 하나로 오래도록 회자되는 황매산은 봄이 오면 지리산 바래봉, 소백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분홍빛 물결의 전설을 이어간다.

철쭉 군락 사이를 거니는 이들은 꽃의 고운 빛과 은은한 향기에 눈길을 빼앗기곤 한다. 사진 한 장에 담으려 애쓰는 여행객의 손길, 가족의 웃음소리,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들이 진분홍 융단 위에서 아련하게 번진다. 고원지대 특유의 상쾌한 공기와 끝없이 이어진 철쭉꽃 덕분에, 아직 닿지 못한 곳마저도 누군가의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황매산은 계절마다 여러 표정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가을에는 억새가 바람을 타며 산 능선을 수놓지만, 무엇보다 봄이면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난 철쭉이 자연의 정점을 이루는 대관식처럼 황홀한 순간을 선사한다.

 

축제를 찾은 이들은 저마다 감동을 노래한다. 일부는 황매산이 전하는 봄의 절정에 경탄을 표했고, 또 다른 이들은 자연의 순수함이 우리 마음에 남긴 위로에 조용히 귀 기울였다. 사진작가 김윤진은 “이곳에 와서야 봄이란 계절의 온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황매산철쭉축제는 매년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한곳으로 모은다. 올해 역시 5월 1일 개막해 오는 11일까지 계속되며, 자연이 준비한 분홍빛 잔치 속에서 누구나 잊지 못할 계절의 축복을 경험한다. 분홍 물결 너머로 번지는 바람과 햇살,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사람들의 환희는 오랫동안 기억될 황매산만의 풍경으로 남는다.

 

5월 11일까지 이어지는 황매산철쭉축제는 봄날 자연 속에서 여운과 사유를 만나는 시간이다. 눈부신 계절의 정원에서 삶의 쉼표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황매산은 변함없이 따스한 환대를 건네고 있다.

한지성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황매산철쭉축제#황매산#철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