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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무역협상 정체에 봄바람은 옅다”…워런 버핏 여운 깃든 시장 충격→관세 불씨
국제

“뉴욕증시, 무역협상 정체에 봄바람은 옅다”…워런 버핏 여운 깃든 시장 충격→관세 불씨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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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아침이 아직 덜 깨어난 회색 빛임에도, 월가의 전광판은 이미 분주히 숫자를 수놓았다. 5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1시 15분. 투자자들의 시선은 하루 동안 쏟아질 불확실성과 기대로 출렁인다. 전일 비에 젖은 인도 위로 아슬하게 걸음을 옮기는 투자자들의 그림자처럼, 뉴욕증시의 흐름도 선명한 방향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관세 협상의 진전이 멈춰선 거리엔 묘한 적막이 스며들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20.52포인트, 소폭 오른 41,337.95로 상쾌하게 출발하며 희망의 문을 열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43%, 0.62%의 하락으로 시장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을 두 축으로 펼쳐진 관세 협상 테이블의 팽팽한 긴장감이 자리했다.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철강 관세, 대만과의 무역협상 정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제작 영화에 대한 100% 관세 발언은 시장에 불안의 잉크를 더 깊게 드리웠다.

뉴욕증시 혼조…다우 0.05% 상승·나스닥 0.62% 하락
뉴욕증시 혼조…다우 0.05% 상승·나스닥 0.62% 하락

언론은 일본 재무상의 미국 국채 협상 불가 발언, 미·일 무역전선의 예측 불가 상황을 전한다. 대만달러 절상 요구설까지 시장을 뒤흔들며, 합의로 선회할지 아니면 새 계절의 폭풍으로 치닫게 될지 누구도 쉽게 예견할 수 없는 한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협상의 진전을 언급하며 이번 주 내 합의 기대를 비쳤으나, 시장 반응은 아직 낙관도 비관도 경계에 머문 상태다.

 

시장의 예민한 촉수는 곧장 산업별 주가 변동으로 드러난다.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등 미디어·스트리밍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운 속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산업과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낙폭을 기록했고, 에너지 업종 역시 하락의 강을 건넜다. 자본 시장의 큰 족적을 남긴 워런 버핏의 연말 CEO 사임 소식에 버크셔해서웨이 주가가 5% 가까이 미끄러지며, 노장의 여운은 투자심리에 파장을 남겼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들은 있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지분 확대 소식에 미국 부동산업체 하워드 휴스가 3% 이상 올랐고, 스케쳐스는 사모펀드 3G캐피털의 인수 흐름에 힘입어 25% 급등해 이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견고하게 흐르는 미국 4월 서비스업 경기는 공급관리협회(ISM)의 발표를 통해 확장 국면을 견지했다. PMI가 51.6까지 상승했으나, 예비치보다 하락한 S&P글로벌 수치는 선택의 갈림길을 예시한다.

 

바다 건너 유럽의 종목들도 혼조의 선율을 이어갔다. 유로스톡스50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사이, 독일 DAX는 올랐고, 영국 시장은 뱅크 홀리데이로 고요함을 택했다. 국제 유가 역시 OPEC플러스(OPEC+)의 공급 확대 전망과 경기침체 우려를 투영하며, 서부텍사스산원유가 3% 넘게 내리고 브렌트유가 2%대 하락을 맞았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반등의 기류는 긍정적이나, 실질적 무역 진전과 단기 재정 부양책 없이는 미국 경제가 활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 시장은, 관세 정책의 불씨와 굴곡 많은 무역협상 그리고 거장의 퇴장에 시간이 흔들리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번 주 예고된 무역협상, 관세 변화, 유가 동향을 긴장감 속에서 응시하게 한다.

 

장밋빛 바람은 옅지만, 인내와 냉철을 품은 시선들이 각자의 선택을 준비하며 오늘 하루의 결말을 기다렸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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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관세협상#워런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