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보유출 직후 대규모 지분 매도”…쿠팡 임원진, 내부자 거래 논란 확산 전망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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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일,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를 통해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Coupang)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 전·현직 핵심 임원들이 수십억 원대 규모의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정황은 쿠팡이 고객정보 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 이전에 이뤄진 매도라는 점에서, 미국과 한국 자본시장에서 내부자 거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을 자극하고 있다.

 

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Inc 보유 주식 7만5천350주를 처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29.0195달러로, 총 매각 금액은 약 218만6천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2억 원 규모다. 프라남 콜라리 전 쿠팡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보유 주식 2만7천388주를 매도한 것으로 신고됐다. 그는 매도 대가로 약 77만2천달러, 원화로 약 11억3천만 원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검색 및 추천 부문을 총괄하던 핵심 기술담당 임원이었다가 지난달 14일자로 사임했다.

쿠팡 ‘CFO·전 기술임원’ 정보유출 이후 수십억대 지분 매도…SEC 공시로 확인
쿠팡 ‘CFO·전 기술임원’ 정보유출 이후 수십억대 지분 매도…SEC 공시로 확인

두 사람의 매도 시점은 쿠팡이 개인정보 침해 사고 발생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했다고 밝힌 공식 날짜 이전에 포진해 있다. 공시만을 기준으로 보면, 회사가 사고를 파악해 관계 당국에 보고 절차를 밟기 전에 핵심 경영진이 상당 규모의 지분을 현금화한 셈이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아난드 CFO는 SEC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자신의 매도가 사전에 설정된 거래계획에 따라 집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거래가 “연방 규제 충족을 위해 2024년 12월 8일 채택한 거래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며, 주로 특정 납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 규정을 준수해 비공개 중요 정보와 무관하게 일정과 가격 조건을 미리 설정하고 자동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일명 ‘사전 채택 거래계획’에 따른 정기 매도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미국(USA)에서 내부자 거래 시비를 피하기 위해 고위 임원들이 활용하는 통상적 구조와 궤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객정보 유출 시점과 임원 지분 매도 타이밍이 겹치면서, 한미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의 추가 점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천370만개의 정보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발표하며,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다고 공지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에는 국내 관계 당국에 약 4천500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침해사고 발생 사실을 최초 신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실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침해사고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한국시간 지난달 6일 오후 6시 38분 자사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신고서에는 쿠팡이 정보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그로부터 12일 뒤인 11월 18일 오후 10시 52분으로 기록됐다. 실제 공격 발생과 회사 측 인지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이는 쿠팡의 보안 모니터링 체계와 사고 대응 프로세스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 측 발표 내용과 SEC 공시를 종합하면,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 발생일인 11월 6일과 회사의 인지일인 11월 18일 사이, 그리고 국내 관계 당국 신고일 이후에도 임원 주식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천만 계정 규모의 유출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11월 29일이어서, 그 직전과 직후의 경영진 거래 내역이 규제당국 조사와 시장 감시의 초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미국(USA) SEC나 한국 금융당국이 쿠팡 임원들의 거래와 관련해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는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상장사가 대규모 보안 사고나 개인정보 침해 사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시했는지가 내부자 거래 여부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쿠팡이 뉴욕에 상장된 해외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 법령상 공시 의무 준수 여부와 경영진의 주식 거래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아직 쿠팡 임원 거래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과 연계된 경영진 주식 매도라는 점에서 잠재적 글로벌 이슈로 번질 여지가 있다. 과거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도 보안 사고 직전·직후 고위 임원의 지분 처분이 드러나며 도덕성 논란과 규제 리스크가 확대된 사례가 있어, 이번 건도 유사한 프레임으로 조명될 소지가 크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최근 들어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기업 지배구조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다루는 보도를 강화해 온 만큼, 쿠팡 사례 역시 향후 분석 기사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출신 전자상거래 기업의 거버넌스와 책임 경영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USA)과 한국 양측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맞물리며, 쿠팡 사례가 국경을 넘는 규제 협력 논의의 사례 연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실질적 이행 여부와 함께, 쿠팡 임원 거래에 대한 감독 당국의 향후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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