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36.30 마감 1% 넘게 상승…외국인·기관 매수에 9거래일 만에 4,000선 회복
코스피가 3일 1% 넘게 오르며 9거래일 만에 4,0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6거래일 연속 상승해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간밤 뉴욕증시 강세와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호조가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경기 회복 신호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 방향성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37포인트 1.04 퍼센트 오른 4,036.30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4,000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강세로 출발해 전장 대비 15.33포인트 0.38 퍼센트 오른 4,010.26에서 출발한 뒤 장중 기준으로도 4거래일 만에 4,000선을 회복했다. 장중 한때 약세로 돌아섰지만 재차 상승세를 타며 상승 폭을 키웠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내린 1,468.0원에 형성돼 원화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환율 변동이 제한된 가운데 이익 개선 기대가 큰 성장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60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기관도 7,566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8,988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4,757억 원어치 순매수해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위험자산 선호를 확대했다.
국내 증시 상승에는 간밤 미국 증시 강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는 비트코인이 5 퍼센트 안팎 반등해 전날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하면서,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맞춰 금리 인하를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됐다.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이 강화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한 셈이다.
미 인공지능 대표주 엔비디아가 0.86 퍼센트 상승하고, 3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가 시간 외 거래에서 8 퍼센트 이상 급등한 점도 국내 반도체 업종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미국발 기술주 훈풍이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주와 성장주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호조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날 장중 공개된 한국의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3 퍼센트를 기록해 15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경기 회복 기대가 커졌고, 코스피는 오후로 갈수록 상승 폭을 확대했다. 관세 이슈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성장 모멘텀을 언급하며 위험자산 선호 확대 배경을 짚었다. 그는 관세 변수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삼성전자가 1.06 퍼센트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 0.72 퍼센트, 현대차 0.19 퍼센트, 기아 1.37 퍼센트 등 주요 대형주도 동반 상승해 지수 전반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대형주 가운데 일부 반도체와 금융, 바이오주는 차별화 약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시가총액 상위주 흐름은 긍정적이었다.
정책 및 정책협력 관련 호재가 부각된 업종은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라 약속한 대미 투자금 일부를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전 관련 수혜 기대가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4.53 퍼센트, 현대건설은 6.98 퍼센트, 효성중공업은 1.83 퍼센트 각각 상승하며 강세를 기록했다.
지정학 리스크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특정 업종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안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방산주가 동반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10 퍼센트, LIG넥스원은 2.74 퍼센트, 현대로템은 3.01 퍼센트 오르며 대표적인 방산 수혜주로 꼽혔다.
반면 하락 종목도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1.08 퍼센트 떨어졌고, KB금융 마이너스 0.23 퍼센트, 신한지주 마이너스 1.84 퍼센트, 하나금융지주 마이너스 1.34 퍼센트 등 금융주는 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도 0.49 퍼센트 내리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리와 규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금융주와 일부 바이오주의 경우 이익 전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차별화 흐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3.02 퍼센트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신업 2.39 퍼센트, 증권업 1.91 퍼센트 등도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반면 오락 문화업은 1.18 퍼센트 떨어졌고, 금융업도 0.51 퍼센트 하락해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경기 민감주와 정책 수혜 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실적 모멘텀이 약하거나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코스닥지수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투자 심리 회복을 뒷받침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3.59포인트 0.39 퍼센트 오른 932.01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종가는 2023년 8월 1일 939.67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9월 2일부터 15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승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07포인트 0.33 퍼센트 오른 931.49에서 출발해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가 장 후반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잡으며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비교적 안정적인 변동성 속에서 꾸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1,119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떠받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4억 원, 14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형 기술주와 바이오, 로봇 등 성장주 비중이 큰 코스닥 특성상 개인 투자자의 심리가 지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목별로는 알테오젠이 0.19 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가 0.55 퍼센트, 리노공업이 0.61 퍼센트, 보로노이가 2.68 퍼센트, 로보티즈가 2.20 퍼센트 오르는 등 일부 바이오와 첨단 제조, 로봇 관련주가 상승 종목으로 꼽혔다. 반면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은 1.44 퍼센트, 에코프로는 0.74 퍼센트 각각 하락했고, 리가켐바이오 마이너스 1.15 퍼센트, 코오롱티슈진 마이너스 0.60 퍼센트, 펩트론 마이너스 1.89 퍼센트 등은 약세로 마감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실적 변동성에 대한 경계 심리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거래대금은 각각 13조 3,090억 원, 9조 7,61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의 거래대금은 합계 6조 927억 원 수준이었다. 정규 시장과 대체거래 플랫폼을 합친 전체 거래 규모가 상당 수준을 유지하며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흐름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과 국내 성장률 반등이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를 떠받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관세 이슈와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업종과 종목별 차별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앞으로 발표될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회의 결과와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대외 리스크 전개 양상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