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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직후 김주현과 통화했다"…내란특검, 황교안 내란 선동 혐의 기소 파장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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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정면 충돌했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황 전 총리를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와의 통화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 글 게시 정황을 공소장에 담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실 인사 개입 의혹을 추가로 적시하며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9일 연합뉴스에 확인된 공소장에 따르면 황교안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1분께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6분 뒤 답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 25분께 김 전 수석과 2분 39초간 통화한 통신기록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특별검사팀은 황 전 총리가 이 통화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경위, 대통령실 내부 상황을 파악했다고 판단했다. 통화 종료 약 19분 뒤인 오후 11시 44분께 황 전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 상황을 둘러싼 강경 글을 게시한 점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해당 글에서 나라가 특정 세력 때문에 무너졌다며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12월 4일 0시 1분, 0시 12분, 0시 20분에도 김주현 전 수석과 각각 1분 안팎의 통화를 한 사실이 조사됐다. 이 통화들 이후 황 전 총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포를 요구하는 글을 SNS에 연달아 게시했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와 김 전 수석이 과거부터 이어온 인연에도 주목했다. 김 전 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대형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공안검사 출신 황 전 총리(사법연수원 13기)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이후 김 전 수석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차관을 거치며 황 전 총리를 보좌한 바 있다. 특검은 두 사람이 검찰·법무부 주요 보직을 함께 거친 관계라는 점이 계엄 선포 직후 긴밀한 소통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체포와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황 전 총리가 지지자들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12일 황 전 총리를 상대로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황 전 총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상황을 강조하며 지지자 모임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이후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수사팀을 둘러싸고 고성을 지르며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포함됐다.

 

특검이 제시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황 전 총리 지지자들은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공무원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항의했고, 외국인 비하성 발언까지 쏟아내며 현장 긴장을 높였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지지자들의 물리적 저항을 유도한 행위가 내란 선동 혐의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황 전 총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전 총리가 국민의힘 전 대표이자 전직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추가 사실관계에 따라 여야 공방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황 전 총리 측의 반론과 입장은 아직 상세히 알려지지 않아 향후 대응에 따라 사건의 성격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한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국가안보실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2023년 8월 윤재순 전 비서관이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게 특정 군 장교 인사를 청탁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비서관은 당시 임기훈 전 비서관에게 A 중령 인사를 부탁하며, 부친이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검팀은 윤 전 비서관이 윗선으로부터 내려온 요청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안보실 인사를 압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비서관은 같은 시기 총무비서관실 인사 담당 행정관에게도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파견 근무자 확대를 언급하며, A 중령을 그 명단에 포함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행정관에게 A 중령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어서 진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통령실이나 국가안보실 근무 이력이 진급에 도움이 될 것이니 해당 보직을 맡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며 이력서까지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임종득 의원도 이같은 인사에 동의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A 중령 선발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자 A 중령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인사 강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대통령실과 안보실 권한을 이용해 특정 인물을 위한 인사 절차를 추진했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 수사가 황교안 전 총리의 내란 선동 혐의와 대통령실 인사 개입 의혹까지 포괄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실 운영과 계엄 선포 결정 과정 전반이 세밀하게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공소 제기 내용을 놓고 추가 국정조사나 청문회 추진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며, 여야는 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대통령실 인사 관행을 둘러싸고 거센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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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조은석특별검사팀#윤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