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15%·대미투자 연 200억달러”…이재명·트럼프, 한미 팩트시트 합의 재확인
관세·무역 협상을 둘러싼 이견과 기대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미 양국 정부가 14일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공식 발표로 대미 투자, 관세, 비관세 장벽 등 핵심 분야에서 합의를 재확인했다.
7월 정상 간 큰 틀의 합의 이후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된 경제·산업 협력안이 대부분 반영됐으며, 당초 발표 시점이 늦어지며 세부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회담 관련 공동 팩트시트’에는 정상회담 결과가 사실상 원안대로 담겼다.
공동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한국은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한다. 이 중 1천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2천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전략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투자한다. 백악관은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양국 대표 간 서명 전망이 제시됐다.
관세 분야에서는 미국이 지난 4월 행정명령에 따라 부과한 상호관세 중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목재, 목재 파생물, 의약품,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했다. 반도체 및 제조 장비 관세는 향후 한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반도체 무역 규모를 포괄하는 미래 협정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이는 정상회담 이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제네릭(복제약)은 무관세를 적용받아 업계의 고율 관세 부담 우려도 줄었다.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합의도 담겼다. 미국 내 안전기준을 통과한 자동차에 대해 한국 안전기준 인정 물량 상한(기존 연 5만대)이 폐지됐다. 다만 지난해 국내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물량은 4만7천대로, 당장 국내 산업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정상회담 실질 성과가 명확히 제도화됐다”며 기대감을 표명했지만, 일부에서는 투자 분야의 포괄적 서술과 MOU 체결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하가 수출산업에는 긍정적이나, 전방위 투자 확충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 마련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상호호혜적 통상 질서 구축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치권은 협상 내용 후속 이행과 투자 집행의 세부 절차가 향후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날 합의로 다소 지연된 한미 경제협력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국회는 관련 투자 양해각서 처리와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