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데이터센터도 검토했다”…샘올트먼, 로켓 투자 중단 속 머스크와 경쟁 구도 지속
현지시각 기준 3일, 미국(USA) 현지 매체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로켓 기업 인수 또는 협업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를 검토해 왔으나 관련 논의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인공지능(AI) 경쟁 격화와 막대한 컴퓨팅 비용 부담 속에, 올트먼의 우주 사업 진출 구상이 일론 머스크와의 경쟁 구도를 어디까지 확장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트먼은 지난해 여름 완전 재사용 로켓 개발을 표방하는 미국 스타트업 스토크 스페이스를 포함해 최소 한 곳 이상의 로켓 제조사와 접촉했다. 현지시각 기준 지난해 가을 본격화된 논의에는 오픈AI의 지분 투자뿐 아니라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배 지분 확보 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총 수십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이후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트먼이 장기적으로 우주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언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올트먼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많은 곳이 데이터센터로 뒤덮일 것”이라며, 지상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를 거론했다. 로켓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 검토는 이런 구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반면 오픈AI 내부에서는 당장의 최우선 과제로 AI 모델 경쟁력이 부상하고 있다. WSJ은 올트먼이 현지시각 기준 1일 사내에 이른바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구글(Google)의 제미나이3 출시 등 경쟁사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챗GPT 성능 개량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신규 서비스 출시 계획 일부는 뒤로 미루고, 핵심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자원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컴퓨팅 비용 부담도 로켓 투자 구상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지목된다. WSJ은 올트먼과 오픈AI가 수천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형 컴퓨팅 계약을 체결했지만, 필요한 자금을 어떤 구조로 조달할지에 대해 구체적 청사진을 시장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자금 동원 능력이 중장기 성장의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올트먼과 머스크의 관계는 우주·AI·SNS를 가로지르는 다층적 경쟁 구도로 변모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5년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가 이후 결별한 뒤, 2023년 AI 기업 xAI를 출범시키고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머스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까지 보유하면서, AI와 우주, 모빌리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디지털 플랫폼을 아우르는 거대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올트먼 역시 최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머지 랩스를 출범시키며 뉴럴링크와 유사한 영역에 발을 들였다. WSJ은 오픈AI가 머스크의 엑스와 경쟁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하며, 양측의 경쟁이 AI 기술 개발에서 온라인 플랫폼, 신경과학 기술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트먼의 로켓 기업 투자 검토까지 현실화됐다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잠재적인 직접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적 갈등도 두 사람을 갈라놓는 축으로 남아 있다. 머스크는 올트먼이 오픈AI를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겠다던 초기 약속을 어기고 영리 법인 구조로 전환했다며, 투자자들과의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리 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비영리-영리 혼합 구조와 수익 배분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AI 거버넌스와 기업 구조 전반에 대한 논의로 번지고 있다.
스토크 스페이스는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로, 발사체를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오픈AI와 스토크 스페이스 간 파트너십이 성사됐다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의 간접 경쟁을 넘어 우주 발사 인프라와 데이터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올트먼과 머스크의 경쟁 구도가 우주 산업 영역까지 본격 확장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서는 올트먼의 로켓 투자 구상이 한발 물러섰지만, AI 인프라와 우주 개발,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을 둘러싼 빅테크 간 경쟁은 계속 가열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와 올트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AI·우주 패권 경쟁이 향후 글로벌 기술 지형 뿐 아니라 자본 조달, 규제, 국제 협력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초대형 투자와 기술 경쟁이 실제로 어떤 사업으로 구현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과 규범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