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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수소·AI 삼각축”…현대차그룹, 톱티어 도약전략→내재화 승부수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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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와 에너지·인공지능 중심 전환을 그룹의 핵심 전략 축으로 재차 못 박으며 글로벌 톱티어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완전자율주행 상용화까지 거리가 남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술 확보와 내재화 과정은 현대차그룹의 독자적인 궤도를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전환과 AI 역량 강화를 앞세워, 전통적인 자동차 수직계열 구조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회장은 경기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웨이모와 직접 비교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웨이모급 성능을 지향하는 로보택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인 FSD와 완전 상용화 단계까지는 기술·규제 관점에서 거리가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SDV로 상징되는 다음 세대를 미리 준비해 경쟁사보다 앞선 도약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SDV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 사임으로 미래 차 전략 동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그룹 차원의 자율주행 방향성을 내재화 전략을 통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율주행·수소·AI 삼각축”…현대차그룹, 톱티어 도약전략→내재화 승부수
“자율주행·수소·AI 삼각축”…현대차그룹, 톱티어 도약전략→내재화 승부수

그는 테슬라가 국내에 도입한 감독형 FSD에 대해서는 기술적 수준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끼는 한편, 기술 평가는 데이터 축적과 실제 운행 환경 검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시장에서는 모셔널의 로보택시 개발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가 맞물리면서, 중장기적으로 로보택시 사업과 OTA 기반 수익 모델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완전자율주행을 전제로 한 수익 구조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구독형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성장 방향을 에너지와 AI로 규정하며 사업 지형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과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생산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에 강점을 가져왔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공급·저장과 AI 응용기술을 포괄하는 확장형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추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샤오펑이 에어 모빌리티, AI,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그와 유사한 폭넓은 가치사슬을 확보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그룹 차원의 조직, 투자, 연구개발이 에너지와 AI를 중심축으로 재편되는 속도와 기술 완성도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격차 있는 톱티어로 올라서기 위해 내년을 전략 구성과 실행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SDV, 자율주행, 커넥티드 서비스, 에너지 인프라, AI 기반 운행 데이터 분석 등 복합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로보택시와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과 차세대 센서 융합, 고정밀 지도, 클라우드 기반 관제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내재화는 단순한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그룹의 수익 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수소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GM, 도요타와의 글로벌 협력 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기술 표준과 데이터 공용화를 포함한 심층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GM과 배터리 및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의견 교환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술적 해석과 사업성 판단에 차이가 있어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데이터 측면과 기술 공용화, 즉 공통 플랫폼을 통한 비용 절감과 시장 확대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 상용차, 발전용 연료전지, 수소 저장 시스템 표준화를 함께 모색하는 것은, 수소 인프라 투자비를 분담하고 시장 확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도요타와는 수소탱크 표준과 안전 기준 등에서 기술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국 정책 입안자를 대상으로 기술적 근거를 설명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소 인프라와 관련된 안전성 논쟁이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선도 업체 간 공동 기준 마련은 정책 신뢰도와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수소 저장 압력, 충전 규격, 충전소 설계 기준이 통일되면, 완성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 인프라 사업자의 투자 판단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수소전기차 승용 모델 전략과 관련해서는, 넥쏘에 집중된 현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향후 다양한 차급에서 수소전기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다각화하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UV뿐 아니라 대형 세단, 상용 밴, 픽업트럭 등으로 수소전기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수소 연료전지 단가 인하와 생산 규모 확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승용차의 경쟁력은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밀도, 수소 가격, 주행거리 등 복합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다양한 차급에서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장 부회장의 발언은 자율주행 내재화, 에너지 전환, AI 역량 강화, 수소 생태계 확장이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 윤곽을 보여준 것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경쟁과 소프트웨어 전환,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겪는 격동의 시기에, 현대차그룹이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전략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와 시장 지위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내년을 기점으로 현대차그룹의 SDV 로드맵과 수소 협력 구도가 한층 구체화되면서, 자율주행과 수소, AI를 아우르는 통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 수위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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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현대차그룹#자율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