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건희와 긴밀 상의하며 주가조작 관여"…특검, 계좌관리인 이씨 구속기소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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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갈등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다시 맞붙었다. 검찰이 불기소했던 핵심 인물을 특검이 공범으로 결론 내리면서, 김건희 여사 연루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재점화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8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이모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씨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에 깊이 관여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당시 김건희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검찰은 이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추가 단서를 확보했다며 재수사에 착수해 기소로 방향을 틀었다.

 

이씨는 지난 10월 17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도주했다가, 34일 만인 11월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체포됐다. 법원은 같은 달 22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이씨의 공모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씨가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식 거래를 여러 차례 격의 없이 상의했고, 주가조작의 전반적 윤곽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두 사람 사이에 반복적으로 주식 관련 대화가 오갔고, 거래 시점과 수법을 고려할 때 공범 관계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씨는 최근 특검 조사에서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건희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동원된 통정매매와 관련해 "김 여사가 연루됐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는 주가조작 주범 측이 문자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매도 주문이 나온 내역으로 드러나 이른바 7초 매매 논란을 촉발한 사례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다룬 재판에서는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돼 주목받았다. 특검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10월께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못 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보냈고,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했다.

 

이듬해 3월 이씨는 2차 작전 주포로 지목된 김씨가 별도의 주가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고, 김건희 여사는 "그랬구나, 너도 조심해"라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같은 대화 내용을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측은 특검 판단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이씨가 2차 작전 시기 주포 김모씨를 속이고 단타매매를 한 뒤 잠적하는 행적을 보였다며 "주가조작 일당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범행 구조상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와 거래 패턴도 조직적 공모 관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별개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코스닥 상장사 회장 이모씨에 대해 지난 4일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이날 추가로 밝혔다.

 

특검은 이씨가 이기훈 전 부회장의 도피 과정에서 은신처로 이동하는 차량과 통신수단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씨가 최근 밀항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기밀 유지를 위해 이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기 전까지 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기훈 전 부회장은 2023년 5월부터 6월 사이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이응근 전 대표 등과 함께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36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2024년 9월 26일 이미 구속기소됐다. 그는 지난 7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가 55일 동안 도주 생활을 이어오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검거됐다.

 

특검 수사가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등 복수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뻗어가면서 정치권과 재계 긴장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과 특검 수사 방향을 놓고 향후 국회에서 강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앞으로 추가 관련자 소환과 보강 수사를 예고하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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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특별검사#김건희#도이치모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