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정치 유튜브도 모니터링”…여의도硏 논란, 데이터 정치 실험 분수령

최유진 기자
입력

정치권 싱크탱크가 유튜브 정치 콘텐츠를 상시 모니터링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정당의 여론 수집 방식이 데이터 기반 IT 모델로 급격히 전환되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를 전담 분석하는 조직을 운영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언론·정책 자료에 더해 유튜브, SNS 발언까지 데이터화해 분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AI·빅데이터 기반 정치 전략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출발점은 여의도연구원이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는 복수 언론 보도였다. 공식적으로는 “정책·여론 분석 차원의 참고” 정도로 설명되지만, 특정 정치 성향 채널을 지정해 모니터링한다는 점에서 정당 차원의 조직적 관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의도연구원은 국민의힘 정책 연구와 여론 분석을 담당하는 싱크탱크로, 선거 국면마다 각종 여론조사와 데이터 분석 결과를 캠프에 제공해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의도연구원이 단순 수기 모니터링을 넘어, 유튜브 발언을 텍스트로 전사해 키워드 빈도, 이슈 확산 속도, 댓글 반응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AI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긴 분량 방송도 자동으로 텍스트화할 수 있고,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으로 발언의 감성, 공격 대상, 정책 프레임 전환 시점을 정량화해 시계열 데이터로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여론 분석 스타트업 상당수가 유튜브, 트위터, 커뮤니티 데이터를 크롤링해 ‘온라인 민심 지수’를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정치 유튜브가 사실상 제2의 시사 프로그램 역할을 하면서도, 기존 방송 심의 구조 밖에 존재한다는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여의도연구원이 특정 유튜브를 집중 추적할 경우, 단순한 ‘내용 파악’을 넘어 향후 선거 전략, 메시지 대응, 법적 조치 검토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에서는 “뉴스를 모니터링하듯 유튜브를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진화로 보면서도, 정당 조직화와 결합할 때는 정치적 낙인찍기와 감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정치권의 유튜브 분석은 새로운 흐름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캠페인 컨설팅 업체들이 유권자 행동 예측을 위해 SNS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분석해 왔다. 다만 대선 개입 논란을 일으킨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례 이후, 페이스북 등 플랫폼의 데이터 접근이 크게 제한됐고, 공개된 유튜브·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한 ‘오픈 소스 정치 분석’이 주류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제공 API와 자체 크롤링, 타사 데이터셋이 복합적으로 쓰이며, 정치 데이터 분석이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 수요도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정치 유튜브 모니터링이 본격화될 경우 데이터 윤리와 규제 이슈도 겹친다. 국내법상 공개된 방송·영상에 대한 시청·요약·분석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발언자 개개인에 대한 프로파일링, 특정 지지층을 겨냥한 맞춤형 정치 광고 등에 활용되면 개인정보보호법과 공직선거법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발언 일부만 편집한 뒤 알고리즘 추천 구조를 이용해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행위는 기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강한 역풍을 부를 수 있어 업계에서도 고위험 영역으로 본다.

 

정치 데이터 분석을 둘러싼 규제 논의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럽연합은 AI 법안을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에 투명성·감독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여론 조작과 정치 광고 타기팅에 활용되는 AI는 그 상위 그룹에 포함될 여지가 크다. 국내에서도 선거 때마다 포털 알고리즘과 정치 광고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유튜브·SNS 모니터링 데이터 활용 범위를 법과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IT 업계와 정치 컨설팅 시장에서는 정치 유튜브 데이터가 이미 유의미한 ‘정치 인텔리전스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공통으로 인정한다. 해당 채널의 일별 시청 수, 시청 지속 시간,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 패턴은 기존 전화 여론조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코어 지지층의 심층 정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를 이용해 유튜브 대본을 자동 분류하면 정당별·이슈별 공격 강도, 프레임 전환 시점을 정량화해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국 데이터 수집 자체보다 활용 방식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정치 데이터 분석 기업 관계자는 유튜브 모니터링은 선진국 정치 캠페인에서는 보편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용 분석을 기반으로 한 토론·정책 개선이 아니라 상대 진영 압박과 고발용 ‘증거 채집’에 치우치면 기술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의 유튜브 분석이 AI·빅데이터 기반 ‘데이터 정치’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진영 갈등의 도구로 전락할지는 향후 공개성·투명성 수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유튜브를 새로운 데이터 자원으로 삼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어느 지점까지를 정당의 정당한 정책 연구와 민심 분석으로 볼지, 어디서부터를 정치 공작과 감시로 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의 진화 속도가 정치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정치 유튜브 모니터링이 실제로 정책 고도화와 공론장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여의도연구원#김어준유튜브#정치데이터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