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를까요”…미용실 예약 플랫폼도 비대면화
헤어샵 예약 화면에 ‘조용히 시술받기’ 같은 대화 여부 선택 기능이 등장하며 오프라인 서비스 영역에서도 비대면 UX 발상이 확산되고 있다. 앱과 웹 기반 예약 플랫폼이 사실상 고객 경험의 첫 접점이 되면서, 이용자의 성향을 미리 디지털로 수집해 현장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는 흐름이 포털 예약, 모빌리티, 뷰티 업종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능을 감정노동 완화와 서비스 만족도 제고를 동시에 겨냥한 ‘마이크로 퍼스널라이제이션’ 시도로 해석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랜차이즈 미용실로 추정되는 예약 화면이 캡처돼 올라왔다. 시술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매장 분위기와 함께 ‘대화 여부’를 묻는 항목이 별도로 노출되고, 선택지는 조용히 시술받기와 잔잔한 스몰토크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객이 사전에 자신의 선호를 체크하면, 디자이너는 이를 확인한 뒤 시술 중 대화 강도를 맞추는 식이다.

기능 자체는 간단한 체크박스 수준의 UI지만, 플랫폼과 연동된 서비스 동선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 고객 경험 설계 사례로 분류된다. 택시 호출 앱이 먼저 도입한 조용히 가기 옵션과 구조가 같다. 예약 시점에 데이터가 수집돼 기사나 디자이너에게 실시간 전달되고, 현장에서는 추가 설명 없이도 맞춤 응대가 가능해진다. 오프라인 서비스의 비언어적 기류를 디지털 사전 설정으로 일부 치환한 셈이다.
이 같은 UX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태깅 기술을 전제로 한다. 고객 프로필에 대화 선호도, 민감 서비스 여부, 시술 이력 같은 메타데이터를 쌓으면, 향후 반복 방문 시에도 동일한 환경을 재현하기 쉬워진다. IT 업계에서는 이를 초개인화 고객 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본다. 고객이 민감하게 느끼지 않을 수준의 선택지만 제시해도, 축적된 데이터는 점포 운영 효율과 응대 매뉴얼 최적화에 활용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모빌리티와 뷰티를 중심으로 이런 옵션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중교통 호출 플랫폼에서는 이미 조용히 이동하기, 캐리어 도움 필요 유무, 반려동물 동승 여부 등을 사전 선택하는 기능이 확산됐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혈액검사나 정신건강 상담 예약 시 문진 방식, 상담 강도, 사전 설명 선호도 등을 앱에서 설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선호가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상황이다.
이번 미용실 예약 옵션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엇갈렸다. 이용자 일부는 내향적인 성향의 고객이나 시술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말 걸어도 되는지 눈치를 볼 필요가 줄고, 미용사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덜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미용실 특유의 라이트한 대화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은 대화 여부 선택 자체가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술 측면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세분화할수록 데이터 보호 이슈도 커진다. 대화 선호도는 감정 상태와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민감 정보에 가까워질 수 있어, 플랫폼이 이를 어떤 용도로,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러 직영점과 가맹점을 아우르는 예약 시스템에서 이러한 데이터가 내부 직원 간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비가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전반에 유사한 기능이 퍼지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의 헤어·네일 예약 앱은 대화 자제 구역, 감각 과민 고객을 위한 조용한 시술 시간대, 음악 음량 조절 요청 등을 사전 입력받는다. IT 기반 웰빙 서비스가 사회적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정서적 피로감 감소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실험이 커피전문점, 피트니스센터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서비스 기획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플랫폼 경제가 오프라인 접점의 ‘관계 밀도’까지 설계하기 시작한 신호로 본다. 고객 만족도와 직원 피로도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한 UX 실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 매출과 재방문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 또 얼마나 정교한 개인화 수준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에 따라 기능 확산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런 디지털 옵션이 일시적 화제에 그칠지, 서비스 표준으로 자리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