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1512억 자사주 취득·소각 단행…지배구조 변화는 없어
비상장 IT 지주사의 자본정책이 투자자 신뢰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넥슨의 지주사 NXC가 대규모 자사주 취득과 동시 소각을 결정해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 없이 주주환원을 택한 구조라 IT 대기업 지주회사들의 향후 자본 전략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창업주 유가족과 공공기관, 특수관계 법인 등 주요 주주 전원이 거래에 참여해 이해관계 재조정보다는 재무 구조 효율화에 방점이 찍힌 조치로 해석된다.
NXC는 8일 공시를 통해 약 1512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 취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체 발행 주식의 0.94퍼센트에 해당하는 2만 5997주를 1주당 581만 5000원에 매입했다. 거래는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회사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취득 주식은 전량 소각 처리해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각 주주의 지분율 구조는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번 거래에는 NXC의 주요 주주가 모두 참여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과 두 자녀, 특수관계 법인으로 분류되는 주식회사 와이즈키즈, 그리고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가 보유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 회사는 이를 두고 주주에게 유동성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매도 규모를 보면 유 의장과 두 자녀가 가장 크다. 이들은 총 1만 7592주를 NXC에 매도해 약 1023억 원을 확보했다. 와이즈키즈는 438주를 넘겨 약 26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공공기관 투자자 역할을 해 온 캠코는 7967주를 매도해 약 463억 원을 회수했다. 거래 후 이 물량은 모두 소각되며 장부상 발행 주식 수에서 제거된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영구히 없애는 절차로, 이론적으로는 남은 주식 1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건은 모든 주요 주주가 동일 가격에 비례적으로 참여했고, 취득 물량을 동시에 소각해 주주 간 상대적 지분율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적대적 인수 방어,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 같은 목적보다는 구조적으로 중립적인 자본 재조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NXC의 지분 구조는 유정현 의장이 33.35퍼센트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캠코가 30.65퍼센트, 유 의장의 두 자녀가 각각 17.16퍼센트씩 들고 있다. 와이즈키즈 지분율은 1.69퍼센트 수준이다. 회사 측 설명대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즉시 소각함에 따라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각자의 지분율 비율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만큼 넥슨 지배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에서는 대형 퍼블리셔와 플랫폼 기업을 둔 지주사들이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오너 리스크 완화 등을 통해 장기 투자자 기반을 다지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NXC는 비상장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택해, 상장사 못지않게 주주환원 정책을 의식한 행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국내 IT·게임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비상장 지주사의 자본 전략은 자회사 상장 정책과 맞물려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 게임 대형사들이 과도한 현금 보유에 대한 투자자 압박을 받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반복해 왔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NXC의 결정은 국내 게임 지주사의 재무 전략이 글로벌 자본시장 관행과 점차 유사해지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다만 NXC가 상장사가 아닌 만큼,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공개 시장 평가나 지분 매매 흐름에 직접 반영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사주 취득·소각이 재무 구조를 단순화하고 향후 지배구조 논쟁 여지를 줄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넥슨그룹 전체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 게임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비상장 IT 지주사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향후 상장이나 구조 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재무 포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NXC가 이번 자본 정책을 계기로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나 구조 개편 카드까지 꺼낼지, 그리고 넥슨 등 주요 자회사 성장 전략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국내 IT 지주사 전반의 주주가치 제고 전략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