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극복과 청산을 넘어 통합으로”…이재명, 특별 성명 준비 막바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둘러싼 정치적 기억 전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당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저항과 정권 교체로 이어진 격변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어조와 방향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3일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발표할 특별 성명과 이어질 외신 대상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발언 수위를 조율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국무총리 주례보고 등 정례 업무 외에는 외부 노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12·3 계엄 사태 수습 과정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부상한 빛의 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한다. 이후 청와대 영빈관 등에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사태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설명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계엄 사태 극복의 핵심 주체를 시민으로 규정하면서도, 별도의 대규모 기념 행사는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국가 원수로서 이 대통령이 국민과 기억을 공유하고 국제사회에 한국 민주주의 회복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한밤 긴급 담화로 시작된 국가적 혼란이, 1년 뒤 현직 대통령의 성명으로 정치적 매듭을 짓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된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구체적 문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총부리에 맞선 함성으로 극도의 혼란을 평화로 바꾼 대한민국 국민의 노고를 기억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와 군 병력 투입이라는 위기 국면을 시민 저항과 평화적 전환으로 수습한 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 메시지의 키워드로 극복, 청산, 통합이 동시에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계엄 사태를 촉발한 권력 남용과 헌정 질서 파괴 시도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재확인하는 한편, 계엄의 법적·제도적 잔재를 정리해 재발 방지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강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른바 3대 특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어서, 이 대통령이 계엄 사태 책임 규명과 과거사 정리를 둘러싼 메시지도 함께 언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군부 시절 계엄과는 다른 21세기 민주주의 위기라는 국제적 비교 속에서, 한국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정치적 책임을 물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갈등 조장보다는 국민 통합과 미래지향적 비전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계엄 사태 전후로 사회 갈등과 진영 대립이 급격히 심화됐고, 선거 국면마다 상호 불신이 누적된 만큼, 이 대통령이 “상처의 기억을 공유하되 통합의 계기로 삼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예측이다.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국제사회와의 소통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시 여러 해외 언론이 한국의 평화적 계엄 사태 극복 과정을 상세히 다루면서도, 그 이면에 누적된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동시에 지적한 바 있다. 이런 평가를 의식해 이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회복력과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조하며,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인공지능 대전환 등 경제·사회 구조 변화 전략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계엄 사태 극복이라는 정치·제도적 회복을 넘어, 기술 혁신과 산업 전환을 통한 미래 성장 비전까지 함께 제시해 국정 어젠다를 확장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국내 정치 일정과 연계된 메시지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에 앞서 또는 이후에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초청해 5부 요인 오찬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년간의 계엄 사태 수습 과정과 국가적 과제를 공유하고, 입법·사법·행정부와 헌정기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계엄 1년 메시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엄 사태 책임론과 적폐 청산 요구가 다시 부각될 경우, 관련 수사·사법 처리와 맞물려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국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통합과 미래 비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야권도 강경 공세 일변도에서 전략 수정을 고민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계엄 사태의 기억을 정쟁이 아닌 민주주의 성찰의 계기로 삼자는 취지가 담길 것”이라며 “헌법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겠다는 방향도 제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계엄 1년 메시지를 토대로 관련 제도 개선과 정치 개혁 과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