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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병원 보행도 AI가 본다…아이엠, 회복기 표준 절차 디지털화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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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보행 분석 기술이 회복기 재활의학 현장에 본격 투입되며 재활의 표준 진료 과정이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충북 청주의 아이엠재활병원은 중증 신경계 손상 환자를 중심으로 한 회복기 재활 특화 병원으로, 환자의 기능 회복 정도를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로 정량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재활의료 분야 디지털 전환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아이엠재활병원은 213병상 규모의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척수손상 등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비중이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병원에 따르면 재택 복귀율이 80퍼센트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재활과 치료에 접목한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병원은 최근 솔티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신체기능·보행평가 솔루션 뉴로게이트 인솔을 회복기 재활병원 중 처음으로 본격 도입했다. 뉴로게이트 인솔은 깔창 형태의 인솔에 센서를 내장하고, 수집된 보행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보행 패턴과 균형 상태를 수치화하는 장치다. 의료기기 등급 상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이 거의 없는 1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재활 치료 현장에서 반복 측정과 장기간 모니터링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뉴로게이트 인솔의 핵심 기능은 대표적인 보행 평가인 10미터 보행 검사와 6분 보행 검사 수행 시 속도와 보폭, 좌우 균형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체형 분석과 로므베르크 검사를 통한 균형 평가, 발바닥 압력 중심 이동을 의미하는 COP 데이터 분석이 더해져 환자의 전체적인 움직임 기능을 다면적으로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노인성 기능저하를 조기 포착하기 위한 SPPB 스크리닝 기능도 포함돼 고령 환자에 대한 종합 평가 도구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아이엠재활병원은 뉴로게이트 인솔 도입을 단순한 장비 교체가 아닌 재활 프로세스 자체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뇌졸중, 척수손상, 근골격계 수술 환자의 기능 회복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재활 프로토콜을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다. 병원은 최근 물리치료 연구팀과 함께 뇌졸중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환자를 아우르는 종합 평가 프로토콜을 기획해 검증했고, 그 과정에서 뉴로게이트의 임상 적용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뉴로게이트 인솔의 도입은 아이엠재활병원이 운영 중인 회복기재활연구원의 역할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회복기재활연구원은 학술 활동, 치료 프로토콜 개발, 임상 검증을 아우르는 연구 기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이번 AI 보행 분석 솔루션 연계로 평가와 치료를 잇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게 된다. 특히 반복 평가 데이터를 축적하면 환자 상태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할 수 있어, 치료 효과 검증과 예후 예측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엠재활병원과 뉴로게이트 개발사 측은 이번 협력을 통해 초기 평가, 경과 추적, 퇴원 전 기능 확인에 이르는 회복기 재활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표준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물리치료사의 관찰과 수기 기록에 의존하던 보행 평가를 센서 기반 계측과 인공지능 해석으로 전환함으로써, 의료진 간 평가 편차를 줄이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수치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측은 올해 뉴로게이트 체형·보행 분석 솔루션의 의료진 사용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공동 연구도 수행했다. 연구에는 물리치료사 5명과 환자 5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실제 회복기 재활 치료 환경에서 장비를 사용해 측정 정확도, 결과 해석 용이성, 사용 편의성 등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병원은 연구 결과 뉴로게이트가 회복기 재활 과정에서 환자 상태를 객관적 수치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효과적인 디지털 도구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재활의학 전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도구가 치료 전략 수립의 근거 수준을 높여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행 속도와 보폭, 좌우 체중 분포 같은 지표를 통해 근력, 균형, 협응 능력의 취약 지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에게 어느 근육군 훈련을 우선 배치해야 하는지, 보조기나 보행보조기기 조정이 필요한지 등을 보다 정밀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퇴원 전 기능 확인 단계에서 정량 데이터를 활용하면 환자의 재택 복귀 준비 정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재활의료 시장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센서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보행 분석 솔루션이 활발히 도입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재활병원은 관성센서와 발바닥 압력 센서를 활용해 보행 재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원격 모니터링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회복기 재활병원 차원의 전면 도입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아이엠재활병원의 행보가 향후 시장 확산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디지털 재활 솔루션이 의료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인허가 체계와 데이터 활용 규정, 보험 수가 인정 여부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뉴로게이트 인솔처럼 1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장비는 안전성 우려는 낮지만,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생산하는 데이터가 치료 결과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임상 근거 축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료진 교육과 병원 내 정보시스템 연동 역시 실사용을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

 

우봉식 아이엠재활병원장은 환자의 회복과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최신 의학과 기술 흐름에 맞춘 치료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뉴로게이트 인솔 도입이 재활의 디지털 전환을 병원과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실제 임상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검사 프로토콜을 공동 검증했다는 데에 의의를 뒀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국내 재활의학 분야 디지털 기술 도입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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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재활병원#뉴로게이트인솔#솔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