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쇼핑백에 1억 현금 담겼나"…법정서 현금다발 직접 측정한 재판부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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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현금다발의 실제 부피를 재는 상황으로 번졌다. 통일교 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사건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1억 원 상당 현금 묶음을 직접 측정하며 쟁점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권성동 의원이 받았다고 지목된 1억 원 현금다발의 실재성과 전달 정황을 가늠하기 위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권성동 의원이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현금 1억 원의 부피를 확인하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피고인 측에 지폐 묶음을 쇼핑백이나 상자에 담아 법정에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현금을 준비해 법정에 출석했고, 재판부는 이를 꺼내 사진 촬영과 크기 측정을 진행했다.  

 

권성동 의원 측은 그동안 현금 1억 원의 부피와 무게를 감안할 때 실제로 돈이 오갔다면 보좌진 등 주변 인물이 모를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 왔다. 재판부가 무게를 묻자 권 의원 측은 "2.2㎏ 정도"라고 답했고, 권 의원은 남색 정장에 흰 셔츠를 착용하고 마스크를 쓴 채 이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이 담겼다고 주장되는 쇼핑백 크기를 둘러싸고 법정에서는 특검과 권성동 의원 측 사이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권 의원 측은 특검이 준비한 쇼핑백을 가리키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의하면 이것만 넣은 게 아니라 브로슈어도 넣어서 그 정도 쇼핑백 갖고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돈과 홍보물 등을 함께 넣었다는 증언을 근거로, 특검이 제시한 쇼핑백 크기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 셈이다.  

 

그러나 특검 측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특검 관계자는 "저희가 현금다발이 꼭 들어맞는 쇼핑백을 준비해서 쇼핑백 크기는 피고인이 준비한 것보다 조금 작을 것"이라며 "오히려 피고인 측이 가져온 쇼핑백은 거의 반도 안 찰 텐데 그 정도 크기로 물건을 덜렁덜렁하게 해서 선물을 주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맞섰다. 쇼핑백 크기와 포장 방식이 돈 전달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현금다발 검증 이후 서증, 즉 문서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청취했다. 이어 권성동 의원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구형 의견,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 권 의원의 최후 진술 순으로 결심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법정에서 이뤄진 현금다발 실물 검증은 통일교 자금 수수 의혹의 신빙성을 가르는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향후 재판부가 현금 전달 정황과 증언의 일관성, 물증 검증 결과를 어떻게 종합할지에 따라 권성동 의원의 유무죄 판단과 정치적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법원은 결심공판 절차를 마무리한 뒤 선고 기일을 지정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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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민중기특별검사#통일교